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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10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1-10 조회수 : 722

원망과 미움 대신 감사와 찬양이! 
 
 
카파르나움 회당에서 더러운 영에 들린 사람을 치유하신 예수님께서는 곧바로 시몬과 안드레아의 집으로 향하셨습니다. 
 
마르코 복음 사가 표현에 따르면, 그때에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있었답니다.
그래서 그간의 정황을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이 곧바로 예수님께 그 부인의 사정을 이야기하였답니다. 
 
그 부인의 사정! 이라는 표현을 묵상하면서 속으로 좀 웃었습니다.
시몬의 장모가 앓고 있던 열병은 다름 아닌 사위 시몬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멀쩡하던 사위 시몬이 어느 날 갑자기 예수란 사람이 잔뜩 매료되어, 배도 버리고 그물도 버리고, 가족도 버리다시피 했던 것입니다.
순식간에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되어 버린 딸과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가슴 속에서 열불이 치솟아 올랐던 것입니다. 
 
가족들을 내팽개치고 가출하다시피한 사위 시몬, 그런 상황의 직접적인 동기가 된 예수님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결국 열병을 앓게 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사람의 마음 속을 환히 꿰뚫고 계시던 예수님께서 시몬 장모의 그런 마음 상태를 어찌 모르셨겠습니까?
미안한 마음, 송구한 마음을 담아 장모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아마도 그러셨을 것입니다.
“장모님! 죄송합니다. 널리 이해해주세요.”
그러면서 장모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시니 즉시 열이 가셨습니다. 
 
예수님의 인류 구원 사업이라는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 성공적으로 전개되기 위해서 여러 사람의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교회가 주님 뜻에 맞게 성장해나가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노고와 땀방울의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예수님의 자상함과 부드러움 앞에 부인의 굳게 닫혀있는 영혼의 물꼬가 활짝 열린 것입니다.
꽉 막혀있던 흐름이 열리니 그간의 분노와 걱정, 원망과 화도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시몬의 장모는 이제 일말의 미움이나 적개심도 없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 것입니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가 예수님 일행의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참으로 은혜로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구세주 하느님께서 친히 아파 드러 누워있는 시몬 장모의 침상으로 다가오십니다.
말씀 한마디로 가능한 일일터인데, 황공하게도 그녀의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누워있는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십니다.
이 얼마나 놀랍고도 거룩한 호의입니까? 
 
그 찰라같은 순간에 시몬 장모는 열이 가시고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딸이 뒷전이 된 것에 대한 원망도, 사위를 강탈당한 것에 대한 미운 마음도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그저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현존 앞에 감사와 찬미의 기도가 터져 나왔습니다. 
 
오늘도 친히 우리에게 다가와 주시고, 우리의 손을 잡아주시고,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시는 자상하고 친절하신 예수님의 뜨거운 사랑 앞에 우리가 앓고 있는 모든 영적·육적 질병은 씻은 듯이 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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