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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2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1-02 조회수 : 660

요한 1,19-28 
 
저는 정말이지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1년간의 전문가 양성 코스를 시작할 때가 생각납니다.
첫 시간, 참석자들이 서로를 소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한분 한분 소개될 때마다 저는 무척이나 주눅이 들었습니다. 
 
다들 그간 쌓아온 스펙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에 비해 저는 얼마나 초라하고 일천한 지...많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랬습니다.
“저는 정말이지 보잘것없는 사람입니다.
내세울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그야말로 쥐뿔도 없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누구요?”라며 집요하게 정체를 물어대는 유다인을 향해 세례자 요한도 비슷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요한 1, 23)
이처럼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신원에 대해 그 어떤 과장도 덧칠도 없이, 솔직하고 명쾌하게 증언한
지극히 겸손한 예언자였습니다. 
 
뿐만아니라 그는 스스로 자신을 소개한 대로, 휘황찬란한 도심 예루살렘을 떠나 깊은 광야로 들어갔습니다.
고독과 추위, 유혹과 배고픔과 싸워가면서 시종일관 맑고 깨어있는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런 영적·육적 깨어있음은 세례자 요한을 용감하고 당당한 예언자로 설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 어떤 정치 세력 앞에서도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타락한 지도자들을 향해서도 날 선 경고장을 두려움 없이 날릴 수 있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습니다.
그가 혹시 오시기로 한 메시아가 아닐까 하는 기대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단호하게 자신을 소개합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나는 한낱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일 뿐이다.” 
 
정신 나간 자칭 이 땅의 지도자들과, 틈만 나면 기승을 부리는 사이비 교주들의 특징이 한 가지 있습니다.
스스로가 왕이 되고 싶습니다.
스스로를 왕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자칭 재림 예수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는 행동들을 보면 이미 왕좌에 높이 올라가 있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세상 사람들이 ‘혹시 이분이 왕이 아닐까?’
기대했지만, 정확하고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나는 왕이 아니오. 나는 그분의 신발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오.
나는 잠시 있다 사라지는 안개 같은 존재, 한 줄기 연기 같은 존재입니다.” 
 
이토록 겸손한 세례자 요한의 신원의식은 뒤에 오실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께서 아무런 무리 없이
연착륙하실 수 있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 수도자들, 그리스도인들 역시 때로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너희는 누구냐?”라고 질문을 던질 때, 솔직하게 소개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 티끌 같은 존재입니다. 주님 자비를 힘입지 않으면 단 한 순간도 홀로 설 수 없는 나약한 존재입니다.
주님 크신 사랑으로 인해 오늘 제가 여기 서 있습니다.
저는 제 삶을 통해 주님을 증거합니다.
저는 이 세상 안에 주님께서 현존하심을 외치는 광야의 소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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