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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월 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1-02 조회수 : 754

요한 1,19-28 
 
믿는 사람과 안 믿는 사람의 확연한 차이 
 
 
비안코(BIANCO)는 1987년에 설립된 덴마크의 신발 브랜드입니다.
2019년 비안코는 ‘승강기’(The lift)라는 타이들의 짧은 공고를 선보였습니다.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는 두 남녀가 주인공입니다. 승강기에서 종종 마주치던 이들은 금세 호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머릿속으로는 결혼까지 상상합니다.
하지만 여자가 회사를 그만두는 날까지 두 사람은 서로 망설이다 끝내 입을 열지 못합니다.
그리고 광고의 마지막 메시지가 뜹니다. 
“Step out of your head(머릿속에서 걸어 나와라).” 
 
사람 대부분은 ‘자존심’이라는 배에 타고 있습니다.
그 마지막 희망이 무너지면 나는 버틸 수 없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과감히 전진하지 못합니다.
이는 마치 망망대해에 가라앉고 있는 배 위에 서서 먼 곳만 바라보는 한 남자와 같습니다.  
 
“엄마는 항상 이런 말을 했어요.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 네가 어떤 것을 얻게 될지 결코 알 수 없거든.”
영화 ‘포레스트 검프’ 속 주인공의 말처럼 인생은 알 수가 없습니다.
맛이 없는 초콜릿이 걸릴 수 있고 맛있는 초콜릿이 걸릴 수 있습니다.
실패를 주저하다가는 맛있는 초콜릿을 결코 입에 넣어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행하려면 자존심에 타지 말고 거인의 어깨 위에 타야 합니다.  
 
야구선수 추신수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였던 외삼촌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야구에 입문했습니다.
이대호와 부산 수영초등학교 동기였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미국에 진출했습니다. 시애틀 매리너스 마이너리그로 시작한 그는 매년 3할이 넘는 타격과 도루도 20~30개씩 하고 홈런도 두 자릿수를 넘기는 장타도 많이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팀에서는 그를 메이저리그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같은 포지션에 메이저리그 안타왕 스즈키 이치로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야구선수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기에
한 달에 1,000달러(약 120만 원) 정도를 겨우 벌었던 그는 식비를 아껴 아들 기저귀를 사야 했습니다.
빵에 잼을 발라 먹는 게 식사의 전부였습니다.  
 
이렇게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마이너리그에서 7년을 버텼습니다.
그러나 그는 근력 운동과 배팅 훈련을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코치들을 찾아다니며 더 배울 것이 없나를 찾았습니다.
결국 팀을 옮기면서 메이저리그로 승격했고 점차 주전 선수로 경기에 나서게 됩니다. 
 
2013년에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간 총 1억 3,000만 달러(약 1,600억 원)에 계약했고,
2018년에는 현역 메이저리거 최다 연속경기 출루 기록(52경기)을 세우며 한국인 타자로는 최초로 미국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출전하기도 합니다.
2020년 추신수의 연봉은 팀 내 최고액인 2,100만 달러(약 259억 원)이었습니다.  
 
그가 메이저리그로 호출받고 첫 게임에 들어섰을 때를 이렇게 회고합니다. 
“아내가 그 경기를 TV로 봤다. 2회부턴가 3회부턴가 더그아웃 카메라에 내 모습이 잡혔다더라.
내가 장갑 끼고, 방망이 쥐고, 헬멧도 쓰고 감독 옆에 앉아 있었다.
감독이 누군가 대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준비된 상태로 눈에 띄도록.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5회 이전에는 대타 안 쓰지 않나. 그런데도 계속 그러고 있었다.
아내가 그거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했다.” 
 
추신수는 그날 경게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늘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그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는 기회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은 운이 좋은 케이스가 맞다.
하지만 그 운을 잡으려면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갑 끼고, 헬멧 쓰고 감독 옆에 앉아 있었다.
기회는 1년 뒤, 어쩌면 10년 뒤에 올 수도 있지만 어쩌면 내일 올 수도 있다.
기회가 눈에 띄게 올 수도 있고, 몰래 올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기회를 잡으려면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나는 그 준비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오늘 복음의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뒤에 누군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누군가는 엄청난 거인이십니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누군가를 모시고 오려면 자신의 자존심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대신 그 누군가를 믿으면 실패가 두렵지 않습니다.
마치 바다가 무릎밖에 안 차는 거인 손 위에서 육지를 찾는 사람과 같습니다.
이런 사람은 결코 가라앉을 일이 없습니다.  
 
중국의 역사에서 항우와 유방은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다툰 시대의 라이벌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격돌은 약 8년 동안 지속되었고 처음에는 항우가 유리하였습니다.
그러나 점차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고 마지막에는 완전히 역전되었습니다.  
 
항우는 기원전 232년 초나라 명문가에서 태어나 키가 8척이 넘었고 힘은 커다란 쇠솥을 들어 올릴 정도였습니다.
가히 힘은 산을 뽑을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만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자기를 믿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 있습니다.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였습니다.
그래서 부하들이 몇 번이고 유방을 쳐야 한다고 간했지만, 그는 주저하며 그 기회를 잃었습니다.  
 
반면 유방은 결단에 머뭇거림이 없었습니다.
본래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유방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건달들과 어울리던 시정잡배 주정꾼이었습니다.
장년에 이르러서야 하급 관리가 되었습니다.
그의 곁에는 유능한 부하들이 생겨났고 결국 빠른 결단력을 내려야 할 때 주저하지 않아 세력을 키워 한나라의 첫 재상이 됩니다. 
 
유방은 항우와의 전투에서 연패했지만 결국 해하 전투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었습니다.
사면초가에 이른 항우는 자결합니다.  
 
우리는 내가 무엇을 딛고 서 있는지 살피고 깨달아야 합니다.
언제나 성공하는 이들은 수많은 실패도 아랑곳하지 않는 자존심을 버린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거인의 어깨에 타고 실패에도 두려움 없이 나아갑니다.
세례자 요한의 기개가 그것입니다.
자기 자신에 기대하지 맙시다.
거인에게 파견받읍시다.
우리의 거인은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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