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마음에 새겨 실천하는 어머니
[말씀]
■ 제1독서(민수 6,22-27)
구약시대에 축복은 하나의 주문처럼 기도를 통하여 전달되었으며, 어떤 사람이나 백성에게 내려진 축복의 내용들은 그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다시 말해서 후손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축복을 통하여 자신을 낳아 준 사람의 기대에 부응할 능력을 선사 받게 되며, 이 능력은 축복을 통하여 후손대대로 계승되었다. 그런데 이 축복의 출처가 하느님이시니, 그 효과에 대하여 이제는 의심을 품을 이유가 사라져버렸다.
■ 제2독서(갈라 4,4-7)
초대교회 신자들에게 마리아는 다소 어둠에 싸여 있던 인물로 인식되었으나, 마리아만큼 신앙적으로 완벽하고 성숙한 인물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바오로는 마리아에게서 신앙인의 참모습을 찾는다. 사람은 순명을 거역하는 종의 모습으로 하느님께 더 이상 순종하지 않게 되었으나, 신앙인은 마리아처럼 성령의 도우심으로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에 사랑으로 응답하며, 그분을 “아빠, 아버지!”하고 부를 수 있는 자녀가 되었기 때문이다.
■ 복음(루카 2,16-21)
가난한 사람들, 정확하게 말해서 마음이 온전히 열려 있는 사람들만이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받아들일 수 있음을 되풀이해서 강조하고 있는 복음저자 루카는, 마리아의 모습 가운데 하느님의 부르심에 끊임없이 귀 기울이고 있는 모습을 부각한다. 이 부르심이 놀라운 사건 속에서 펼쳐지는 경우, 그 모습은 더욱 인상적이다. 복음 속에서 목자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접한 마리아의 반응,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길” 뿐인 모습은 그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새김]
■ 성탄축일에 흔히 사람들이 기대하는 세속적인 화려함을 뛰어넘어 신앙인의 참 축제로 지내도록 권할 때 상당수의 사람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곤 한다. 세속적인 측면을 지워버릴 때 감동적인 아름다운 역사, 그러나 실은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리게 하는, 역사에서 비롯되는 기쁨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앙인은 최소한 성탄이 이미 내포하고 있는 예수님의 신비, 고통의 길을 마다할 수 없는 신비, 부활의 영광을 내다보는 신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명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우리는 이러한 신앙인의 모범을 마리아에게서 찾는다. 성탄에 관한 이야기 속에서 마리아가 보여주는 모습들 하나하나가 신앙인의 본보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리아는 신앙 안에서 처녀의 몸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며, 평범한 어머니의 기대를 뒤흔들어 놓는 초라한 구유에서의 출산을 수용하신다. 이 모든 고난의 길이 하느님의 계획안에서 펼쳐지는 것이라 믿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역시 하느님의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하는 삶, 마리아가 모범을 보여주셨던 것처럼 십자가를 넘어 부활을 향한 길로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다짐하며, 새로운 한 해,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이해야 하겠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시고 신앙 안에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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