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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3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3-12-31 조회수 : 601

제가 유일하게 다룰 수 있는 악기는 기타입니다. 지금도 강의 중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기타를 치면서 함께 성가를 부르곤 합니다. 이 기타는 모두 6개의 줄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기타 줄을 잘 맞춰야 합니다. ‘E(미)-A(라)-D(레)-G(솔)-B(시)-E(미)’의 순서대로 음을 맞춰야 연주할 때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만약 음 맞추는 것이 귀찮다고 또 음을 잘 모르겠다면서 아무렇게나 줄을 맞추면 어떨까요?

 

음이 잘 맞지 않는 기타, 또는 기타를 전혀 칠 줄 모르는 사람의 기타에서는 좋은 소리가 날 수 없습니다. 아름답고 조화로운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라, 불협화음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소리만 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타’가 잘못된 것일까요? 아닙니다. 기타를 잡고 기타 줄을 튕기고 있는 사람 탓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불평불만을 많이 합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미워해서 고통과 시련을 주셨다고 말하고 있으며, 왜 자기에만 나쁜 것을 주시느냐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은 ‘보시기에 좋은’ 것이었습니다.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일어난 것이 아닐까요? 좋은 것을 주시는 하느님을 보지 않고, 나쁜 것만을 주시는 하느님으로 생각하는 것은 하느님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은 우리의 교만에서 나온 것입니다.

 

어떤 것도, 어떤 사람도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행동하지 않고 잘못된 생각만 하는 ‘나’의 잘못이 더 크지 않을까요?

 

성모님과 요셉 성인은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십니다. 이 자리에 시메온 예언자, 또 한나 라는 예언자의 모습을 봅니다. 이 자리에 있던 모든 분은 기다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었던 성모님과 요셉 성인, 또 오랜 기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시메온과 한나 예언자. 모두 이 기다림의 끝에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기다림 안에서 하느님께 대한 불평불만은 없었습니다. 모두가 하느님을 향하고 있었고, 그래서 영적 일치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을 지냅니다. 이 가정을 성가정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기다림 안에서도 하느님을 향한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하느님을 향한 마음을 가진 모든 사람도 이 성가정에 함께할 수 있었음을 시메온과 한나 예언자를 통해 꺠닫게 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계속해서 탓하느라 사랑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하느님만을 바라보려는 사람은 하느님의 고유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사랑’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찬미와 감사를 드릴 수 있습니다. 이 사랑 안에서 우리는 진정한 성가정을 이룹니다.

 

 

오늘의 명언: 인류가 얻어낼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힘은 조건 없는 사랑에서 나온다. 그 힘은 우리가 한계나 조건 제한 없이 무언가를 사랑할 때 발휘한다(토니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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