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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3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3-12-31 조회수 : 616

그는 하루 1 미터가 아니라 0.01 미리미터씩 성장합니다! 
 
 
오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세상 안에서 결혼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모든 분들, 너나 할 것 없이 세상 안에서의 교회, 성가정(聖家庭)을 꿈꿉니다. 
 
그러나 희망 사항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은 엄청나다는 것을 매일 온몸으로 체험하며 살아가고 계실 것입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랑이 초단기간에 허물어지는 것을 확인하며 절규합니다.
한때 목숨 바쳐 사랑했던 그였는데, 그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하는 모습에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외치며 울부짖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존재들, 내 분신이요 전부라고 여겼던 자녀들이 이제 머리가 커졌다고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데,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처럼 심장을 찌릅니다. 
 
성가정(聖家庭) 건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한한 인내와 너그러움이 필요합니다.
크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여유가 요구됩니다.
인간적인 시각이 아니라 영적인 시각, 주님의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나자렛 성가정의 멤버들도 순탄한 길만 걷지 않았습니다.
워낙 특별한 가정, 워낙 베일에 싸여있는 신비스러운 가정, 영적인 가정이었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율법 규정에 따라 아기 예수님을 예루살렘 성전으로 모시고 가서 봉헌하였습니다.
그때 성전에 있던 시메온 예언자는 아기 예수님을 팔에 안고 감사의 찬가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마리아를 향해 특별한 말 한마디를 건넵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루카 2, 34~35) 
 
성가정의 주요 구성원이셨던 마리아 역시 성가정을 꾸려가는 동안 수시로 영혼이 칼에 꿰찔렸습니다.
물론 행복했던 순간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성가정 안에서 천국 체험도 앞당겨 맛보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큰 상처와 희생, 각고의 노력과 헌신이 요구되었을 것입니다. 
 
성가정 축일에 한 가지 진리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상대방은 우리 눈에 띄지 않게 아주 천천히 성장합니다.
하루 0.01 밀리미터씩이나 성장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방이 하루에 1미터씩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기대치가 크다 보니 당연히 실망도 상처도 커져만 갑니다. 
 
나자렛 성가정 공동체 안에서 예수, 마리아, 요셉 성인께서 서로가 서로를 위해 가장 크게 노력한 덕은 인내의 덕이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늘 인내하면서, 늘 기도하면서, 늘 격려하면서, 절대로 들볶지 않고,
모질게 대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사랑의 공동체를 건설해나간 것입니다. 
 
오늘 우리 모든 공동체 안에 부성애가 가득 담긴 바오로 사도의 권고가 기억되고 꾸준히 실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답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정과
호의와 겸손과 온유와 인내를 입으십시오.
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콜로 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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