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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8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3-12-28 조회수 : 701

마태오 2,13-18 
 
어린 것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리스도를 위해 죽어갔고, 승리의 월계관을 얻었습니다! 

 
 
헤로데 가문은 BC 55년부터 AD 93년까지 팔레스타인과 인근 지역을 통치하였습니다.
여러 왕들 가운데 대(大)헤롯이라고 불리는 헤로데 대왕(재위 기간 BC 37~4)은 로마 제국으로부터 임명되었습니다. 
 
헤로데 대왕은 수많은 성채와 수로, 극장과 공공건축물을 건설하며 유다를 발전시켰지만,
말년에는 정치적 음모와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쟁(骨肉相爭)의 중심 인물이 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헤로데 대왕은 당연히 로마에 충성을 바쳐야만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왕국을 마음대로 통치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지만, 로마의 눈밖에 벗어나면 폐위될 가능성도 있었기에 언제난 눈치를 봐야했습니다.  
 
외교 정책도 로마의 재가를 받아야만 했기에, 온전한 왕이라기보다 제한된 권한을 지닌 군주 정도라 할 수 있었습니다. 
 
헤로데 대왕에게는 10명의 아내가 있었으며, 14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한 아들에게 권력을 몰아준 것이 아니라 세명의 아들에게 영토를 골고루 상속해주었습니다.
놀랍게도 세명의 아들들은 모두 이복(異腹) 형제들이었습니다. 
 
헤로데 대왕의 아들들이 어린 시절부터 보고 배운 것이라고는 무자비한 살상이요 불륜, 방종과 타락한 생활이었기에, 헤로데 왕조는 오래 가지 않아 막을 내리게 됩니다. 
 
유다와 사마리아를 다스리던 헤로데 아켈라오는 십년도 지나지 않아 로마로부터 파면당합니다.
북동부 지역을 다스리던 헤로데 필립보는 AD 34년에 죽었습니다.
헤로데 안티파스 역시 AD 39년에 파면되어, 모든 영지는 로마 총독 관할로 귀속되고 말았습니다. 
 
잔악하고 무자비하기로 소문났던 헤로데 가문으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만, 헤로데 대왕에 의해 죽임을 당한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 헤로데 안티파스에 의해 순교한 세례자 요한이
대표적입니다. 
 
자신의 왕권이 위협받는 것이 두려워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린 헤로데 대왕은 인류 역사 안에서 씻을 수 없는 치명적인 과오를 범했습니다. 
 
당시 자행되었던 대 학살 사건의 정황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환히 그려집니다.
당시 남성중심의 부계사회였던 유다 문화 안에서 사내아이들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당시 사내아이들은 가문의 혈통을 잇는 보배요 가정의 미래요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동네 아기란 아기들이 모조리 목숨을 잃었습니다.
집집마다 흘러나오던 아기들의 울음소리 대신 아기 잃고 슬퍼하는 부모들의 통곡소리가 사람들의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혹시나 해서 아기의 볼을 꼬집어보고 가슴에 귀를 대어 봐도 이미 상황은 되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예레미야 예언자의 불행한 예언이 헤로데 시절에 이르러 정확하게 실현된 것입니다. 
 
“라마에서 소리가 들린다. 울음소리와 애끊는 통곡 소리. 라헬이 자식들을 잃고 운다.
자식들이 없으니 위로도 마다한다.” 
 
참으로 억울하고 이해할 수 없는 무죄한 아기들의 죽음이지만 성 쿠옷불트데우스 주교는
이렇게 아기들을 칭송하고 있습니다. 
 
“어린 것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리스도를 위해 죽어갔고 그들의 부모들은 죽어가는 순교자들을 보고 애통해 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아무 말 못하는 그 아기들을 자신의 합당한 증거자로 만드셨습니다.
그들은 아직 말을 못하면서도 그리스도를 고백했습니다.
그들은 사지를 움직여 투쟁할 힘이 없는 아기에 불과했지만 벌써 승리의 월계관을 얻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정권욕과 사리사욕에 눈이 먼 지도자들,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정신 나간 지도자들, 인간미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야수 같은 지도자들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일이 없어야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죄 없이 죽어간 아기 순교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또 다른 무엇인가를
원하시리라 믿습니다. 
 
개념 없는 지도자, 정신 나간 리더들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움직이는 것, 불의 앞에 침묵하지 않는 것,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니는 것, 참 정의, 참 진리의 길을 따라 움직이는 신앙인이 되는 것을 원하시지 않을까요? 
 
뿐만 아니라 더 요구되는 행동이 있습니다. 희생당한 사람들에게 봉사하기, 희생자들을 치료하기, 통제불능인 자동차를 멈추게 만들기.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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