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1-18
아기 예수님께서는 번뇌와 슬픔, 고독과 상처로 가득한 우리 삶 속에 태어나십니다!
예수님의 성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성인이 한 분 계십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자신의 한평생 화두로 삼았던 예로니모(AD 340-420) 성인이십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히브리어나 희랍어로 된 구약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성인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고행중의 고행이었던 성경 번역 작업에 아주 기쁜 마음으로 임했는데, 그 작업은 바로 아기 예수님 탄생지로 추정되는 예수 탄생 성당 옆에 있는 동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예로니모 성인께서 예수님의 성탄과 관련해서 신앙의 후배들인 우리들에게 남긴 말씀을 한번 들어보십시오.
“아무리 성탄이 수백 번 계속된다 해도 여러분 각자 마음 안에 예수님께서 탄생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정말 지당한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주 서울 갈 일 있어 고속 터미널 근처를 지나갔었는데, 정말 대단했습니다.
번쩍번쩍, 시끌시끌, 와글와글, 캐럴송이 크게 울려 퍼지고, 구세군의 종소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내 안에, 우리 가정 안에, 우리 공동체 안에 예수님께서 탄생하지 않으신다면 다 헛것입니다.
그저 세상의 상술에 우리까지 덩달아 놀아나는 것뿐입니다.
예로니모 성인의 말씀처럼 이 예수님의 성탄 전야, 가장 중요한 것, 가장 핵심적인 것, 가장 본질적인 것은 우리 가운데 예수님께서 탄생하시는 일입니다.
잠깐만 우리 마음 안을 한번 같이 들여다보실까요? 태어나실 아기 예수님을 위한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확인해보면 좋겠습니다.
의외로 우리들 내면이 너무 많은 것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공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어떤 분 마음을 살펴보면 자신에게 심한 상처를 안겨준 그 누군가를 향한 분노의 마음으로 꽉 차 있습니다.
어떤 분 마음속에는 오로지 자식들에 대한 걱정을 비롯한 다양한 걱정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시기 위해 조금 비집고 들어오시려고 해도 워낙 잡다한 것들로 가득 차 있어서 공간이 없는 것입니다.
이번 성탄절, 우리는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예수님은 더 이상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탄생하지 않으십니다.
더 이상 요란한 광란의 성탄 파티에서 탄생하지 않으십니다. 더 이상 휘황찬란한 도시 한 가운데서 탄생하지 않으십니다.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 우리 각자의 영혼 안에, 번뇌와 슬픔, 고독과 상처로 가득한 우리 각자의
상처받은 인생 안에 탄생하고자 우리 옆에 기다리고 계십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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