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4일 [대림 제4주일: 나해]
오늘의 전례는 이미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는 성탄을 앞두고 기다림의 자세가 더욱 열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번 주간의 독서는 우리에게 마리아의 태중에 육화하신 말씀이신 그리스도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도록 인도하고, 하느님의 약속이 무의미한 것이 되지 않도록 항상 깨어 기다리라고 한다.
사무엘기의 예언(2사무 7,11.13.14.16)은 다윗 가문에서 태어날 메시아만이 나탄의 예언을 이루어줄 것이다. 예언서와 시편을 통해 이러한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이사 11,1; 시편 88,4-5.29 참조). 오늘 복음에서도 그리스도의 인성 시작을 다윗과 연결하고 있고(루카 1,32-33 참조), 바오로 사도도 이러한 역사적 신앙의 자료를 말하고 있다(로마 1,3-4 참조) 여기서 모든 주도권은 오직 주님께 있으며, 하느님의 약속은 그리스도 안에서 실현될 것이다.
복음: 루카 1,26-38: 너는 이제 아기를 가져 아들을 낳으리라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31절). 이 말씀은 동정녀의 마음과 태중에서 실현되는 강생의 신비를 알려주는 말씀이다. 모든 역사와 구세사는 나자렛의 한 처녀가 지극히 높으신 분의 뜻에 동의하는 그 짧은 순간에 집중되고 있다. 마리아가 아들에게 예수라는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바로 그녀를 통해 이 세상의 구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뜻하고 있다. 성 베르나르도는 이렇게 적고 있다. “동정녀시여, 속히 응답하소서. 천사에게 속히 응답하시고 천사를 통해서 하느님께 응답하소서. 말을 하시고 하느님의 말씀을 받으소서. 인간의 말을 하시고 하느님의 말씀을 잉태하소서. 일시적인 말을 하시고 영원한 말씀을 받으소서.”("Missus est"에 대한 설교 IV,8-9).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34절). 이 말씀은 그리스도의 동정잉태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한 천사의 응답은 이러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35.37절). 또한, 마리아의 동정성은 예수님과 관련에서만 그 의미가 있다. 즉 예수께서 인간이 되시어 완전히 우리의 형제가 될 수 있고 동시에 인성을 갖춘 채 하느님의 참된 아들이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마리아의 동정성을 통해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천사의 응답은 사막의 천막에서, 그리고 예루살렘 성전에서 구름 형상으로 나타나셨던 하느님의 신비스러운 현존(참조: 탈출 40,34; 1열왕 8,10)을 상기시킨다. 바로 루카가 이러한 상징적 표현을 통해 예수의 존재적 기원이 하느님께 유래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이제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이에게 개방되어있는 새로운 집, 새로운 성전이시다. 즉 아홉 달 동안 성령의 엄위로운 궁전이 되신 동정녀 마리아의 태중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한 집이다. 이제 성탄의 신비에 가까이 들어서는 우리에게 주시는 구체적인 가르침이 여기에 있다. 즉 우리도 마리아를 지극히 풍요롭게 한 동정의 자세, 다시 말해 하느님의 주도권과 그 사랑에 대해 완전히 개방된 자세를 우리 마음 안에 갖추지 못한다면 그리스도께서는 결코 우리에게 오시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내용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무상성이 마리아에게서 완전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창조적 힘을 지닌 무상성에 인간의 응답과 협조가 있을 때, 그 선물이 은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38절) 라는 응답이 은총을 세상에 들어오게 하였고 인간성이 새롭게 창조되게 하였으며 마리아 자신이 그 모범이 되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뜻을 완전하게 행하셨다. 그러므로 그녀에게 가장 위대한 일은 그리스도의 모친이 된 것이 아니라 그분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이다”라고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말하고 있다.
마리아는 먼저 신비스러운 방법을 통하여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었기 때문에 그분의 모친이 되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는 그리스도를 낳아줄 수 있는 어머니가 될 수 있다. 즉 가장 올바른 방법으로 그리스도를 다른 사람들에게 낳아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마리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바른 제자가 됨의 삶을 통하여 언제나 우리 안에 우리 가정 안에 예수께서 태어나시는 삶이 되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조욱현 토마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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