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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23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3-12-23 조회수 : 690

루카 1,57-66 

 

인간의 힘이 다 소진된 끝에 비로소 하느님께서 시작하십니다! 

 

 

대림 시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여러 인물들 가운데, 특별한 두 분이 계십니다.

인생을 살만큼 사셨기에, 이제 슬슬 삶을 정리해야 할 순간에 새로운 삶의 희망을 지니게 된 노인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입니다. 

 

즈카르야라는 이름이 지닌 뜻은 ‘하느님께서 기억해주셨다.’입니다.

엘리사벳이라는 이름이 지닌 뜻은 ‘하느님께서 맹세하셨다.’입니다.

이름에 걸맞게 두 사람은 거룩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느님 보시기에도 올곧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율법에 충실했으며 하느님의 뜻에 절대 순명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거룩한 두 사람에게 꽤나 큰 시련을 겪게 하십니다.

예상과는 달리 두 사람에게 늘그막이 되도록 자녀를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하느님께서는 두 사람이 호호백발이 되도록 그냥 두셨습니다.

놀랍게도 노부부가 세상 뜰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황혼기에야 겨우 아들을 허락하셨습니다. 

 

비록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난 후의 응답이었고, 너무 늦은 감이 드는 응답이었지만 엘리사벳은 하느님의 응답에 기쁨과 감격에 찬 어조로 외치고 있습니다.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 주셨구나.”

아무리 목이 빠지게 기다려도 응답하지 않으시는 하느님 앞에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은 하느님을 크게 원망했습니다.

섭섭함도 많았습니다. 

 

“저희가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하는 억하심정도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끝까지 하느님께 충실했습니다.

끝까지 하느님께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성전에서 충실하게 봉사했습니다.

항상 기도 안에 살았습니다.

고통스러웠지만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겼습니다.

이런 두 사람의 항구한 신앙, 충직한 종의 모습에 마침내 하느님께서 응답하신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인간의 힘을 포기할 때 깨달을 수 있습니다.

복음의 진리도 인간의 능력을 내려놓을 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녕 하느님을 만나고 진하게 하느님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하느님께 ‘그냥’ 모든 것을 맡겨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분께서 주도하시는 흐름에, 그분의 물결에 그냥 내 존재 전체를 맡길 줄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 체험의 출발점은 어디입니까?

하느님은 내 힘이 다한 곳에서 체험됩니다.

하느님은 내 존재의 비참한 곳까지 내려가 외롭게 되었을 때 비로소 체험되는 존재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며 완전히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고 풀이 죽을 때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님을 깨닫는 곳에서 비로소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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