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11장 16-19절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따뜻하고 편안하신 하느님>
오늘 세상 사람들이 예수님을 향해 던진 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는 말을 묵상하면서 얼마나 마음이 편안해지고 부드러워졌는지 모릅니다.
예수님이 어떤 분이십니까?
이스라엘 백성들이 수천 년 간 기다려왔던 메시아, ‘이 땅에 내려오신 하느님’이 아니십니까?
다들 그분이 과연 어떤 분이실까, 과연 어떤 삶의 모습을 보여주실까, 무척이나 궁금하셨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모습을 한번 보십시오.
너무나 따뜻하고 편안하신 분, 너무나 자연스럽고 인간미가 넘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분은 우리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고 완전히 동떨어진 신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과도 같은 분이셨습니다.
너무나 소탈하고 평범한 예수님의 모습에 그와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던 백성들은 환호하고 안심하였지만, 나름 한 가닥 하던 사람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도저히 이 특별한 메시아를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복음서 전반에 걸쳐 소개되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은 정녕 파격과 놀람의 연속입니다.
당대 가장 몹쓸 인간의 대명사였던 세리의 친구가 되셨을 뿐만 아니라 제자로 발탁하셨습니다.
스승이셨지만 제자들 앞에 무릎을 꿇고 그들의 발을 씻겨주셨습니다.
허기진 제자들을 위해 직접 아침상을 차리시던 스승이셨습니다.
아흔아홉 마리 건강한 양들을 남겨둔 채 길 잃은 한 마리 어린 양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기괴해서 다들 멀리 피해가던 한 여인을 치유하시고, 당신 제자로 삼으셨습니다.
유다 지도층 인사들이 목숨 걸고 있던 안식일 규정, 그러나 백성들은 그로 인해 죽어나고 있던 안식일 규정을 하나하나 깨트리셨습니다.
무엇보다도 잔칫집에 들어가시면 최대한 즐기셨습니다.
기쁜 얼굴로 식탁에 앉으셨고, 포도주잔을 기울이며 행복해하셨습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흥을 즐기셨습니다.
예수님의 삶은 그 자체로 축제였습니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것이 예수님께서는 너무나도 짧은 생애를 살다가셨습니다.
나자렛에서의 숨은 생활 30년, 출가 후 공생활 3년, 그리 길지도 않는 삶이었습니다.
당연히 수학여행 떠난 아이처럼, 따사로운 봄날 오후 소풍 나온 연인처럼 최대한 즐기면서, 최대한 만끽하면서 지내셔야 마땅했습니다.
복음서 전반에 걸쳐 나타난 예수님의 삶과 언행을 종합해볼 때 예수님의 얼굴은 절대로 경건하거나 엄숙한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절대로 목이 뻣뻣하다거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너무나 편안한 분이셨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세리와 죄인들로 붐볐습니다.
그분의 성품이 얼마나 소탈했으면 가시는 곳 마다 아이들이 졸졸 뒤따랐습니다.
그분의 말씀은 당대 지도자들처럼 어렵지 않았습니다.
예수님 말씀이 얼마나 재미있고 감동적이던지 강의를 시작하면 수만 명의 사람들이 운집해 그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우리 내면에 형성된 하느님 상을 과연 어떤 모습입니까?
혹시라도 그 하느님 상이 왜곡된 것은 아닙니까?
두려운 하느님, 처벌자 하느님, 진노하는 하느님,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하느님...
우리의 하느님은 이미 성경 전체를 통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서 명확하게 잘 소개되고 있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우리의 하느님은 자비와 연민, 용서와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자신을 등지고 떠나간 둘째 아들, 순식간에 유산을 다 까먹고 맨발의 거지가 되어 돌아온 아들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말없이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참된 우리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걱정, 우리 죄에 대한 걱정, 종말에 대한 걱정은 이제 한쪽으로 밀쳐두길 바랍니다.
대신 인간미가 철철 흘러넘치는 따뜻하고 자상한 하느님, 그분이 차려놓으신 이 세상이란 잔칫상 앞에 기쁜 얼굴로 앉길 바랍니다.
그분께서 건네시는 감미로운 포도주를 우리 각자 인생의 잔에 담아 감사하며 마시기를 바랍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단 한번뿐인 이 ‘이승의 삶’에 최대한 감사하며 온 몸과 마음으로 만끽하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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