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13,33-37
인생이 공짜라는 잠에서 깨어나라
오늘부터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됩니다. 이때마다 나오는 복음의 주제가 ‘깨어있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깨어있음은 각자가 주인이 맡긴 일을 하느냐, 아니냐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는 집을 떠나면서 종들에게 권한을 주어 각자에게 할 일을 맡기고, 문지기에게는 깨어있으라고 분부한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마르 13,34-35)
누가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고, 왜 어떤 이들은 그 일을 하지 않을까요?
그 해답은 우리 마음에 주님으로부터 받는 것들이 ‘공짜’라고 믿게 만드는 자아의 계략에 속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달렸습니다.
영화 ‘치킨 런’(2000)은 1950년대 요크셔 양계장을 배경으로 한 무리의 닭들이 농장주인
트위디 부부에게서 탈출하려는 과정을 다룬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인공 진저는 자유를 꿈꾸며 거듭 탈출을 시도하는 암탉 무리의 리더입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지는 모이가 공짜일 수 없다고 믿습니다. 그냥 편하게 주인이 주는 모이만 먹으며 알이나 낳으며 살자고 말하는 닭들도 있지만, 진저는 자유를 갈망합니다.
수없는 시도와 실패 끝에 비행기를 만들어 닭장에서 탈출한다는 내용입니다.
어쩌면 우리도 이 닭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물론 우리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성적을 높이기 위해 공부를 합니다.
노력한 만큼 얻어지는 게 세상의 이치입니다.
그런데 우리 생명만큼은 공짜라고 여깁니다.
만약 아이가 부모에게 주어지는 것이 공짜라고
여기면 어떨까요? 예전에 박한상이라는 청년은 부모의 재산을 노리고 부모를 살해하고 불을 질러 방화로 위장하려다 잡혔습니다.
그는 부모가 워낙 부자라 자신에게 주는 것이
그렇게 고맙지 않았습니다.
극히 일부분을 주면서 생색낸다고 여겼습니다.
이렇게 되면 돈과 쾌락과 자존심의 노예가 되어 사람이 망가집니다.
부모의 뜻을 따라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는 자녀가 그렇게 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문제는 자녀가 부모에게 받는 것이 공짜라 ‘감사’의 마음이 생기지 않는 데 있습니다.
만약 우리 생명이 공짜로 주어졌다고 여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분명 생명은 부모가 준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부모가 다시 생명을 줄 능력은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주지 않았다면 다른 누군가가 주었을 것입니다. 그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따라서 그분에게 받은 생명이 공짜가 아님을 안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이 마음밖에 바라지 않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저절로 부모의 뜻을 따르게 됩니다.
이를 위해 하느님께서 에덴동산에 해 놓은 장치가 하나 있습니다. 선악과입니다.
선악과는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께 받은 에덴동산과 자신들의 생명 전체에 대해 공짜로 여기나, 받은 것으로 여기나를 시험하는 버튼과 같았습니다.
하느님은 땅에서 나는 소출의 십분의 일은 당신의 것이라며 당신께 바치라고 명령하십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사를 몰라 불만 속에서 더 가지려고 세상 것에 집착하며 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사람이 악해집니다.
닉 부이치치는 손과 발이 없이 태어났습니다. 처음엔 그것이 불만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못 받았기 때문입니다.
자살 시도도 몇 번이나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자 삶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손과 발을 안 주신 것이 아니라, 그것만 빼놓고 다 주신 것입니다.
생명을 주셨으니 감사해야 합니다.
아니면 이 세상에 존재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느끼게 되자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왜 생명을 주셨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 결론은 하느님께서 자신과 같이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전도사가 되라고 세상에 보내신 것이란 믿음입니다.
그리고 그 사명대로 살아 결혼하고 자녀들까지 낳고 수많은 사람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만이 하느님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났던 목동들이나 동방박사들은 하나 같이 그러한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처지에 감사하며 무슨 일을 하든 하느님께 보답해드린다는 마음으로 살았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불만에 싸여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고 해도 자기들 부족한 것들만 청합니다.
닉 부이치치의 경우면 팔과 다리를 달라고 청할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는 깨어있을 수 없습니다. 깨어있음이란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은 공짜는 없음을 깨달아 받은 모든 것에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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