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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2월 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2-01 조회수 : 791

루카 21,29-33 
 
하느님 나라가 찾아오는 공식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이 멸망하게 될 무서운 징조들을 다 말씀하신 다음 이렇게 마무리하십니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이는 자연에서 계절이 변화되는 법칙이 있는 것처럼 마지막 때도 마치 수학 공식처럼 그대로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뒤이어 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하느님의 나라는 반드시 공식처럼 내 주위에 믿고 희망할 것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 비로소 찾아온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 각자에게도 오시기 때문에 이렇게 마무리하십니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이 왕으로 지배하시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행복의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우리가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그분께 완전히 순종할 때만 이뤄집니다.
하지만 이 세상엔 우리가 기대할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런 것을 통해 자기 힘으로 행복을 추구합니다. 이런 것들이 모조리 사라져 내 힘으로는 단 1%도
행복을 증진시킬 수 없는 처지가 되었을 때, 그리고 나의 믿음과 희망이 오로지 하느님의 자비에만 의존하게 될 때 하느님 나라가 임하십니다.  
 
저도 신학교 입학했을 때 행복할 줄 알았지만, 행복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단식하며 저를 극한으로 몰아붙였습니다. 배고프니까 비로소 내가 아무것도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내 힘이 아니라 주님의 힘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 달라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이때 성체에서 “그래, 너 나에게 많이 주었니? 난 네게 다 주었다!”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행복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아직 그분을 그때처럼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를 저는 압니다.
저 자신과 세상을 더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지 못하고 내가 믿는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을 그만큼 완전히 죽일 자신이 없어서 나를 종말로 몰아붙이지 못하기에 하늘 나라를 맛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늘 나라는 나의 완전한 종말 뒤에 옵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공식입니다.  
 
작년 『역행자』란 책을 쓴 ‘자청’이란 청년이 있습니다.
이미 130명의 직원을 두고 한 달에 몇억씩 벌며
작년 책 판매 수입을 전액 기부하였습니다.
아마 50억 가까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는 어렸을 때부터 못생겼고, 공부도 못했고, 돈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그에게 자신은 한 달에 150만 원도 벌지 못하며 결혼도 못하고 죽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었습니다.
여자는 쫓아다니면 도망쳤고 돈을 벌기 위해 영화관에서 일하기도 하였지만, 실수 연발이었습니다.
자살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그에겐 그래도 희망이 있었습니다.
영화관에서 함께 일하던 어떤 누나가 그를 불쌍히 여겨 책을 좀 읽어보라고 권했던 것입니다.
책을 읽어본 적이 없고 게임에만 빠져있던 그였지만, 인간관계를 위해 대화법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그 내용은 단순했습니다.
말하기보단 들어주고 상대의 말에 관심을 두라는 것입니다.
그 책대로 했더니 서서히 한 명씩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그는 깨닫습니다. 
‘아, 모든 것에는 공식이 있구나!’ 
 
그래서 학교도 집어치우고 도서관에서 책만 읽습니다.
거기서 얻은 지식으로 무일푼으로 사업도 시작하고 지금의 자청이 된 것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저는 저 자신을 절대 믿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이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에겐 하느님 나라가 임할 수 없습니다.
이미 자신이 왕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공식처럼 우리 자신을 종말로
밀어붙여야 합니다.
그래야 참 자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김희아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망의 시간에 주님을 만났습니다.
절망의 나락에 있었지만, 하느님께 대한 희망은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이때 자신보다 그녀의 얼굴을 보시며 더 슬퍼하시는 그분을 만나고는 다시는 얼굴에 점이 사라지게 해 달라고 청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그 나라에는 ‘감사’만 있습니다.
내 힘으로 얻는 게 하나도 없음을 알 만큼 겸손해진 사람만이 누리는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왜 우리 스스로라도 우리 자신을 종말로 밀어붙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늘 나라는 항상 희망을 품고 종말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만큼 옵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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