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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1-19 조회수 : 512

한때 여행을 너무 좋아해서, 여행 관련 책과 잡지를 보고 직접 찾아가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새로운 장소에 새로운 생각도 많이 나온다고 말하면서 여행 마니아의 모습을 자주 보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렇게 말하는 저를 봅니다.

 

“집이 최고야! 역시 집만 한 곳이 없어.”

 

집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주인은 자기 집 안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기에 세상의 그 어떤 곳보다도 익숙하고 편함을 자기 집에서 느끼게 됩니다. 뇌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사실 뇌가 긴장 상태에 있으면 불편하고 불안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순간을 이겨내기 위해 뇌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이때 창의적인 생각들을 나오게 됩니다. 예전에 저는 익숙하고 편안한 집보다 새로운 환경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완전히 반대되었습니다. 이제는 익숙하고 편안한 것이 좋습니다.

 

익숙하고 편한 것을 좋아하는 몸이 되었습니다.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제 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몸이 약해지고, 이에 따라 낯선 공간보다 편안한 공간인 ‘집’을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글이 잘 안 써지면 낯선 장소를 찾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환경을 집에 만듭니다. 방 청소를 하고 서랍 정리를 해봅니다. 또 잘 쓰지 않았던 펜과 노트를 써보기도 합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사람의 ‘변함’을 ‘나’ 안에서 봅니다. 내가 이렇게 변하는데 ‘남’은 안 변할까요? 당연히 변합니다. 그런데 자기만을 옳다고 생각하면서, 함부로 판단하고 단죄합니다. 그 안에서 이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은 완전히 사라지고 맙니다.

 

예수님께서는 자기를 높이려고 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대신 자신을 낮추면서 살라고 하셨습니다. 겸손의 마음을 통해서 이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랑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가 이웃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기를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말라는 예수님 말씀을 기억하면서, 겸손의 마음을 통해서만 이웃과 함께하고 더 나아가 주님과도 함께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을 초대한 바리사이들의 지도자는 초대했으면서도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호의가 아닌 꼬투리를 잡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이 마음을 간파하십니다. 자기를 낮추는 변화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남의 변함만을 보려고 하는 교만이 이제 주님을 반대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변해야 합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는 교만이 아닌, 낮은 자리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겸손의 삶으로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주님도 그런 우리와 함께해 주십니다.

 

 

오늘의 명언: 반복해서 할 때 그것은 나의 것이 된다. 우수함은 행위가 아니라 습관이다(윌 듀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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