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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6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1-16 조회수 : 715

루카 17,20-25 
 
하느님 나라는 부모의 굳은살 
 
 
오늘 복음은 비유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설명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고 하시며, 그 나라를 위해 당신은 먼저 많은 고난을 겪고 이 세대에게 배척당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당신의 피가 하늘 나라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영화 ‘언포기버블’(The Unforgivable)은 2021년에 발표된 드라마 영화로, 산드라 블록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줄거리는 블록이 연기한 루스 슬레이터가 20년의 징역을 마치고 감옥에서 풀려나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녀의 죄는 워싱턴주 스노호미시에 있는 집에서 자신과 다섯 살 된 여동생 케이티를 쫓아내려던 보안관을 살해한 것이었습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루스가 그들의 어린 시절 집에서 케이티를 키우고 있을 때, 아버지가 사망하고 어머니가 출산 중 사망한 후에 발생했습니다. 
 
풀려난 후, 루스는 과거를 용서하지 못하는 사회와 마주합니다.
어떤 직장에서도 그녀를 믿어주지 않고, 그녀를 좋아한다고 쫓아다니던 남자도 그녀가 경찰관 살인자라는 말을 듣자 그녀를 멀리합니다.
심지어 보안관의 두 아들은 그녀 동생을 납치에
그녀의 눈앞에서 동생을 죽이려 합니다.  
 
그런데 루스는 보안관이 사실 자신들에게 잘해주었고 그런 사고가 일어난 것은 정말 잘못했으며 그렇게 해봐야 돌아가신 아버지가 좋아할 일이 없다고 설득합니다.
루스의 진심어린 사과에 보안관의 두 아들은 그녀들을 놓아줍니다.  
 
루스의 여동생 케이티는 그날의 사건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케이티의 양부모는 루스가 보내오는 편지를 하나도 케이티에게 주지 않았습니다.
지금 잘살고 있는데 굳이 살인자 언니를 만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케이티는 자신이 누구였는지, 어렸을 때 자기를 보호해준 어떤 흐릿한 기억의 여인이
누구였는지 궁금했습니다.
루스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지만, 사실 그날 보안관에게 총을 쏜 것이 자신이 아닌 케이티였음을 밝힙니다.
그녀는 고작 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었기에 케이티를 보호해주기 위해 대신 감옥을 살고 살인자로 낙인찍혀 견뎌왔던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고는 케이티는 언니를 끌어안으며 행복한 눈물을 흘립니다.
루스의 피가 케이티에게 하늘 나라를 만들어준 것입니다. 사람은 다 불안합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생명과 같은 피를 자신을 위해 흘려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불안이 가라앉습니다.
그 평화가 하늘 나라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나라는 먹고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로움과 평화와
기쁨입니다”(로마 14,17)라고 말합니다.
성령은 하느님의 피와 같습니다. 
 
루스는 케이티를 위해 피를 흘렸습니다.
그래서 케이티를 의롭게 했습니다.
케이티는 자기 잘못도 모른 채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언니가 자기 대신 모든 죄를 뒤집어썼음을
알았을 때야 비로소 참 행복을 느낍니다.
누군가 자기를 위해 피를 흘릴 만큼 자기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태국 광고 중에 ‘어머니의 볶음밥’이란 제목의 광고가 나왔었습니다.
아이가 집을 나와 배가 고파 어쩔 줄을 모를 때 길거리 음식 장사하는 아주머니는 돈이 없어서 입맛만 다시는 아이에게 맛있는 달걀 볶음밥을 해줍니다.
아주머니는 아이가 양파를 싫어하는 줄 어떻게 알고 그것을 빼고 해줍니다.
알고 보니 돈이 없을 줄 알고 엄마가 여기저기 다니며 아이가 오면 밥을 그렇게 한 끼 해주라고 돈을 주고 간 것입니다.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음식을 먹습니다.
이것이 하늘 나라입니다.
나를 사랑해주는 이가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되는 것.  
 
저도 부모님을 통해 하늘 나라를 느낀 것은 부모님의 손과 발에 박힌 굳은살을 보고서였습니다.
그 굳은살은 내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 심지어 엄마가 나의 친엄마인지도 의심이 들 때 하늘 나라의 행복을 선사했습니다.  
 
사람은 다 불안합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불안을 없앨 수 있는 유일한 물질은 ‘피’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죽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생존에 대한 걱정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랑을 하도록 파견받았습니다.
그러나 먼저 내 안에 하늘 나라를 간직해야 합니다.
그것이 그리스도의 살과 피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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