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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10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1-10 조회수 : 540

우리 성당에는 어린이들이 다른 성당에 비해 많이 나옵니다. 어린이 미사에는 100명 이상의 아이가 나와서 얼마나 예쁘게 미사를 하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아이들 눈에는 제가 나이 든 아저씨로만 보일 텐데도 저를 거부하지 않고 먼저 다가옵니다. 멀리서 저를 보면 뛰어와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내뱉습니다. 길을 걸을 때는 제 손을 꼭 잡고 있습니다. 여기에 어떤 어색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치 제 손이 자기 손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주 편안하게 손을 잡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손을 이렇게 편한 마음을 가지고 잡은 적이 있었을까?’ 아이의 손을 잡을 때는 불편한 마음이 없습니다. 만약 다 큰 성인의 손을 잡고 걷는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남자의 손이면 ‘신부님이 이상하다’라고 할 것이고, 여자의 손을 잡고 있으면 역시 ‘신부님이 이상하다’라고 할 것입니다. 보는 사람의 마음도 불편해지고, 저 역시 불편해집니다. 하지만 아이의 손을 잡고 있으면 너무나 편합니다.

 

아이의 솔직하고 진실하고 순수한 마음이 있기에 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인이 되는 순간 순수한 마음은 퇴색해지고 서로가 편할 수가 없게 됩니다.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예수님 말씀이 확 와닿습니다.

 

유치원생인 아이 엄마가 제게 이런 말을 해 줍니다.

 

“우리 아이가 신부님 보고 싶다고 졸랐어요.”

 

이 말에 기분이 좋아지고, 또 그 아이가 너무나 예쁘게 보였습니다. 문득 하느님도 “하느님, 보고 싶었어요. 하느님, 제 손을 잡아 주세요.”라는 말들을 듣고 싶지 않으실지 싶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무조건 좋아하십니다. 특히 솔직하고 진실되고 또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서면 아빠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안아주실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나약함과 부족함으로 인해서 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래도 당신에게 다가오면 기뻐하십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를 당황하게 합니다. 정직하지 못한 집사의 모습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주인의 재산을 낭비하여 없앴을 뿐만 아니라, 들통나서 쫓겨난 뒤에도 생계를 보장받으려고 주인의 돈을 씁니다. 주인의 입장에서는 못된 집사입니다. 그런데도 이 불의한 집사를 칭찬합니다. 왜냐하면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하지요. 바로 미래에 지향을 두고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모습이든 우리를 받아주시지만,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는 오늘을 ‘아직 오지 않은’ 내일과 연결할 줄 하는 우리의 모습을 더 기쁘게 받아주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미래의 하느님 나라를 바라볼 수 있는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자신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끝까지 굳세게 밀고 나가라(로잘린 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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