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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9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1-09 조회수 : 490

“흥청대는 술 잔치와 만취, 음탕과 방탕, 다툼과 시기 속에 살지 맙시다. 그 대신에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 그리고 육체의 정욕을 만족시키려 하지 마십시오.”

 

로마서 13장 13-14절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구절을 읽고 아오스딩 성인은 그의 책, 고백록을 통해 자신의 체험을 선명한 빛이 자신에게 들어온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하십니다. 저 역시 ‘주 예수 그리스도를 입으십시오’라는 말씀에 크게 감동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으로 무장해서 악이 침범하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너무 답답하다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말씀이라면서 세상 것만을 추구하고 세상 것만을 입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요?

 

예전에 바다 수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바다의 높은 염도로 인해 물 위로 잘 뜰 수 있었고 그래서 신나게 수영하며 즐겁게 지냈습니다. 너무 신나게 놀았을까요? 갑자기 다리에 쥐가 올라왔습니다.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엄청난 물을 마셨지만 겨우 해안가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때 구명조끼의 필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수영 잘하니까 답답한 구명조끼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꼭 필요했습니다.

 

주님을 입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너무 많은 악의 홍수 속에서 익사하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은 주님을 입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주님 없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을 따르기가 어렵고 힘들다면서 그냥 세상을 입겠다고 합니다. 구원의 열쇠는 주님께만 있는데, 세상 것만을 따르겠다는 ‘어리석음’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성전은 하느님과 만나는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즉, 하느님을 입고 세상의 악을 막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기도의 집인 성전에서 물건을 팔고 환전하면서 이익을 얻는 곳이 된 것입니다. 하느님을 입을 수 없고, 세상 것만을 입게 됩니다. 그런 성전을 바라보면서, 예수님께서는 성전의 파괴와 멸망을 예고하시지요. 참된 성전은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 성령으로 충만하신 그분의 인격임을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입고 있었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주님을 입지 않고, 세상 것만을 쫓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하느님을 만나고 하느님을 입게 되는 특별한 장소가 되어야 할 성전도 세상 것이 가득하게 되면 그 거룩함이 사라질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주님을 입는 데 집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육체의 정욕을 만족시키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늘의 명언: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필리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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