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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1월 5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1-05 조회수 : 447

마태오 23,1-12 
 
찬란한 성덕과 비범함을 청빈과 겸손의 덕으로 가리고 
 

예수님으로부터 신랄하면서도 강도높은 비난을 받은 당대 지도층 인사들-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생각하면 마음 속으로 고소하고 후련하면서도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그들의 삶과 제 삶을 비교해보니 도진개진, 50보 100보라는 생각에 참으로 부끄럽기도 합니다.

예수님 질책의 원인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위선과 이중성입니다.
언행의 불일치요 하늘을 찌르는 교만, 겸손의 결핍입니다.
안그래도 이런 측면은 사목자로서 가장 마음에 찔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과 같은 심정으로 예수님의 야단을 맞으면서 드는 한 가지 생각입니다. 야단만 맞고 있을 게 아니라, 위선적인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대척점에 서있는참 목자로서의 이정표를 세워야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어떻게든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 보다는 더 잘 살아야겠다는 굳은 다짐이 오늘 제게 필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가경자가 한분 계십니다.
이탈리아 출신 살레시오 회원으로서 일본선교사로 활동하셨으며,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창립에 큰 역할을 하셨던 빈첸시오 치마티 신부님(1879~1965)이십니다.

‘마에스트로’‘주님의 음유시인’이라는 애칭으로 불릴만큼 그는 당대 유명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동시에 아주 감미로운 바리톤 목소리를 지니셨는데, 음악회가 끝나면 목소리에 반한 귀부인들이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설 정도였습니다.  
 
그는 돈 보스코의 정신에 따라 음악을 통해 청소년들이 기쁨 속에 주님을 섬기도록 노력했습니다.
치마티 신부님은 음악 뿐만 아니라 문학나 신학, 영성이나 인품, 등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탁월함과 비범함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찬란한 성덕과 비범함을 청빈과 겸손의 덕으로 가리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1935년 미야자키 선교구가 지목구로 승격되자,
그는 초대 지목구장으로 임명되었고, 그에게는 몬시뇰이라는 칭호가 주어졌습니다.  
 
이를 알게된 이탈리아 친구들이 아주 멋진 고가의 자주색 몬시뇰 복장을 선물로 보내왔습니다.
그는 즉시 되돌려보내면서 일본의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해 쓸 수 있게 그것을 팔아서 현찰로 보내라고 했습니다.

치마티 신부님의 복장은 언제나 여기 저기 수없이 꿰맨 자국 투성이의 낡은 수단 한벌 뿐이었습니다.
그의 모범적인 수도생활을 눈여겨본 수도회 장상들께서 그에게 중책을 맡기려고 여러 번 초대를 했었지만, 그때 마다 그는 예의바르면서도 완강하게 사양했습니다.

그는 1938~1948년 사이 , 10여년에 걸쳐 일본 살레시오회 관구장직을 역임했었는데, 로마 총본부에 계신 총장 신부님에게 보낸 월말 보고서 말미에는 항상 이렇게 썼습니다. 
 
“사랑하는 총장 신부님, 저는 인간적으로 큰 약점을 지니고 있는데, 지나치게 교만하고 예민한 것입니다.
이 약점을 고치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치마티 신부님은 자신의 교만을 물리치기 위해 언제나 열심히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일하고 또 일했습니다.
늘 형제들을 자신보다 낫다고 여겼으며 형제들을 칭찬했습니다.
작은 것 하나라도 좋은 것이 있으면 형제들에게 양보했고, 자신은 늘 가난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그렇게 살았습니다.

이 땅의 모든 사목자들이 치마티 신부님처럼 충실한 기도생활, 겸손하고 청빈한 삶을 통해 매일 다가오는 다양한 측면의 유혹들을 극복하고, 하느님 만으로 충분한 착한 목자로 설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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