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4,1.7-11
이런 공동체!
돌아보니 나름 꽤 오랜 시간 윗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입으로는 절대 그렇지 처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지만, 속으로는 내가 이런 사람이야 하는 마음에 은근슬쩍 교만해지기도 했었습니다.
어디가서 혹시라도 홀대받는다고 여겨지면 속이 상했습니다.
큰 행사장이라도 가면 내가 앉을 자리는 어디 쯤인가 고민하느라 뒷골이 다 땡겼습니다.
따지고보니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으로부터 질타 당하고 있는 위선자들과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는 생각에 잠을 자다가도 이불킥을 하곤 합니다.
요즘 저희 피정센터를 찾는 교우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씀입니다.
여기오면 세상에 살때와는 다른 특별한 무엇가를 느낍니다.
그것은 세상에서와는 다른 역설의 진리입니다.
높은 사람이 결코 높지 않은, 높은 사람은 낮은 곳에서 섬기는 사람이요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확인하고 갑니다.
아마도 저희 형제들이 오시는 교우들에게 기쁘게 봉사하는 소탈하고 진실된 모습이 그렇게 좋아보이는가 봅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 공동체는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윗사람은 섬기는 사람, 봉사하는 사람,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
그래서 세상의 논리를 뒤집는 장소, 아랫 사람이 더 존중받고, 더 귀히 여겨지며, 더 사랑받는 장소! 그 장소가 세상 모든 그리스도 공동체의 모습이면 얼마나 좋을까 희망합니다.
더 이상 지도자들이 내가 누군줄 알아? 하고 외치지 않는 공동체, 윗사람이라고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지 않는 공동체, 윗사람이라고 멋드러진 옷만 걸쳐입고 높은 곳에 앉아 이래라저래라 명령하지 않는 공동체.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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