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11,25-30
아무런 걱정하지 마십시오. 성모님께서 안전하게 우리를 강 건너로 안내하실 것입니다!
우리 보다 먼저 이 세상을 살다가 하느님 아버지 품으로 건너가신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 우리의 기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가련한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는 위령의 날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들, 그리고 아직 내게는 해당되지 않으려니 하고 안심하고 있는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한 위령의 날입니다.
모순된 말처럼 보이지만, 삶 속에 죽음이 들어있고, 죽음 속에 또 다른 삶에 대한 희망과 기쁨이 들어있습니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천태만상입니다.
죽음의 순간을 자신의 인생이 종치는 날, 일생일대 가장 두려운 날, 어떻게서든 피하고 싶은 날, 생각만 해도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날로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느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에 힘입어 영생의 씨앗을 이미 간직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더 이상 죽음이 끝이 아닙니다.
죽음은 비록 베일에 가려있어 신비스럽지만, 그토록 꿈꾸던 하느님과 온전히 합일하고 일치하는 축복의 순간입니다.
또한 그 순간은 공포에 못이겨 부들부들 떨고 치를 떠는 순간이 절대 아닙니다.
그 순간 평생토록 우리를 동반해주셨던 성모님과 성요셉, 성령께서 함께 하시며 안전하게 우리를 하느님 품으로 안내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 순간이 오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두 손을 크게 뻗쳐 자비하신 하느님 품에 원없이 안길 일입니다.
몇년전 선친께서 돌아가실 때가 기억납니다. 저희 아버지는 무척 낙천적이셨습니다.
물론 주치의 선생님으로부터 더 이상 치료가 힘들겠다는 말씀을 듣고, 잠시 낙담하는 기색을 보이셨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보기 딱해서 집으로 모시고 오는 길에...제가 뭐 그깟 일로 그렇게 상심하시냐?
좋아하시는 낚시나 가자고 했을때, 얼굴에 환한 미소가 깃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도 환하고 씩씩한 얼굴로 모범 환자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돌아가시는 날 오전까지 두툼한 영성 서적을 열심히 읽고 계시던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죽음을 목전에 두고 병고와 맞서느라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너무 두려워마시기 바랍니다.
부들부들 떨지도 마시기 바랍니다.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기쁘게 맞이하실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여러분을 안전하게 강건너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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