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피정, 어느 젊은 사제의 영적 유언
존경하는 광주대교구 강기남 요셉 신부님께서 정성껏 번역하신 파블로 도밍게스 프리에토(1966-2009) 신부님의 ‘마지막 피정’(성바오로 출판사)을 행복한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주님을 향한 강한 열정과 겸손의 덕을 겸비한 사제, 따뜻한 인간미와 유머 감각을 갖춘 사제,
깊은 성체 신심과 성모 신심의 소유자였던 젊은 사제 파블로 신부님은 스페인 사라고사에 위치한
시토회 봉쇄 수녀원 수녀님들의 영신 수련 피정을 동반해드리러 갔습니다.
그리 길지도 않은 피정이었습니다.
2009년 2월 11일부터 15일까지이니, 불과 닷새 동안의 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파블로 신부님의 피정 강의가 얼마나 재미있고 심오했던지, 수녀님들은 짧지만,
지상천국을 맛본 듯했습니다.
그리 되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파블로 신부님의 피정 강의는 수녀님들의 마음 속에
주님을 향한 열정이 되살아나게 했고, 믿음에 확신을 갖게 했으며, 다시 한번 주님께로 돌아서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파블로 신부님은 암벽 등반 전문가였는데, 닷새간의 피정 동반을 마친 신부님은 수녀원에서 올려다보이는 몬카요 산을 등반하고 내려오는 길에 실족사하게 됩니다.
겨우 43세였습니다.
책 내용은 말 마디 그대로 파블로 신부님 생애에 있어서 ‘마지막 피정’ 강의록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신부님의 마지막 피정은 마지막이 아니었습니다.
흥미진진하면서도 깊은 영성으로 가득한 신부님의 피정 강의는 이제 한국어로 잘 번역되고,
멋진 책으로 출간되어 한국 땅에서도 계속 울려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 피정’을 읽으면서 너무나 은혜로웠습니다.
마치 파블로 신부님이 강사석에 앉으셔서 영성 강의를 펼치시고 저는 연피정에 참석한 느낌입니다.
딱딱하고 지루한 강의가 아니라 너무나 편안하고 따뜻한 강의였습니다.
마지막 장을 탁 덮는 순간, 8박 9일간의 은혜로운 연피정을 끝낸 기분이었습니다.
이게 웬 횡재냐,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도 연피정 강의를 좀 더 정성껏 준비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피정 강의 안에는 여러 감동적인 스토리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성체성사의 사람, 구엔 반 투안 추기경님 이야기, 디하우 나치 포로 수용소 안에서 사제로 서품된
카를 라이스너 신부님 이야기, 32살에 직장암 진단을 받는 볼리비아 선교사 헤수스 신부님의 신앙 간증...
파블로 신부님 자신을 비롯해서 신부께서 강의 중에 소개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허리에 띠를 꽁꽁 동여매고 손에는 환한 등불을 켜 든 사람들이었습니다.
혹독한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끝까지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과
동료 인간을 사랑했던 분들이었습니다.
죽음과 관련된 파블로 신부님의 말씀은 허리에 띠를 매고 손에 등불을 켠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잘 소개하고 있습니다.
“죽음이란 신랑이신 그리스도와의 영원한 포옹이요, 사랑하는 그분과의 만남입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전능하신 하느님 아버지만이 아시는 그 날과 그 시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에게 묻습니다. 하느님과 만나는 그 죽음의 날, 우리가 맞이할 그 은총의 시간을
한결같은 열정으로 열망하고 경외하며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죽음의 결정적인 마지막 순간에 갖게 될 그 마음과 시선으로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성령께 간청합니다.
죽음의 순간에 중요한 것이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죽음의 그 순간 부차적인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부차적입니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오직 그리스도, 그분만이 중요합니다.
그리스도의 사랑, 그것만이 중요합니다.”(마지막 피정, 성바오로)
구입문의: 02) 944-8300, 986-1361, 인터넷 서점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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