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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0-24 조회수 : 639

루카 12,35-38 
 
하루 종일 깨어있으려면 머리는 지치고 마음은 마른다 
 
 
영화, 과거를 잃게 되면 인생을 잃게 된다는 내용의 ‘내가 잠들기 전에’의 간단한 줄거리입니다.
여자 주인공은 매일 아침 이전의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납니다. 남편이 앞에 있습니다.
그저 믿을 뿐입니다.
그런데 남편이 출근하면 어떤 다른 남자에게 전화가 옵니다. 
 
남편은 자신이 사고로 밤마다 기억이 지워진다고 말하지만, 그 사람은 자신이 담당 의사인데 사실 누군가에게 폭력을 당해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옷장의 박스를 보면 사진기가 있는데 그것을 틀어보라고 합니다.
그것 안에는 지금까지 자신이 녹화한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남편이라는 사람을 믿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결국 아침마다 그렇게 쌓아놓은 지식으로 자기 남편 행세를 하는 사람을 이겨내고 참 자기를 찾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오늘 복음 주제는 ‘깨어있음’입니다.
깨어있음은 지금 주님과 함께 있는 것처럼 사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있으면서 죄를 지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의 현존을 잊고 죄를 지었습니다.
아니 죄를 짓기 위해 주님 현존을 잊었습니다. 이것이 우리 삶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우리가 구원되기 위해 해야 하는 유일한 일은 그러니까 깨어있음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계속 기억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현존연습』의 로랑 수사님은 주님의 현존을 인식하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몸으로
체험하고 가신 분입니다.
이분은 매 순간 주님의 현존을 인식하려 노력하였습니다.
그 방법은 짧은 기도문을 계속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끊임없이 대화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처럼 의지가 약한 사람은 매 순간 주님과 대화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금방 지쳐버립니다.
책 『정리하는 뇌』는 인간의 뇌가 지친다고 말합니다.
머리로 계속 기억하려다가는 지치는 것입니다. 맛없는 무를 먹느라고 지친 사람과 맛있는 초콜릿을 먹은 사람이 같은 어려운 수학 문제를 누가 끝까지 견뎌낼까요? 
 
당연히 지치지 않은 뇌를 지닌 초콜릿을 먹은 사람입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초콜릿을 먹는데 자기만 무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린 사람들은 폭발 직전이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은 아침부터 지친 뇌를 지니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 영화의 예처럼 하면 됩니다.
아침마다 자기가 누구인지 되새기면 됩니다. 
 
아침에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머리’로 인식하면 그것이 믿음의 방울이 되어 ‘가슴’에 담깁니다.
이는 마치 발효주를 끓여 증류주로 만드는 과정과 같습니다.
이것이 기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머리는 살아가며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습니다. 머리로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마음은 믿습니다.
성체 앞에 앉아 머리로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생각하면 그것이 증류되어 가슴에 담깁니다.
도수가 낮은 발효주는 많이 마셔야 취하지만, 도수가 높은 증류주는 작은 양만 마시면 금방 취합니다. 
 
따라서 아침에 기도하여 믿음을 가슴에 저장하여 둔 사람은 잠깐만 꺼내서 마셔도 금방 다시
깨어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순간순간 주님 현존을 기억해내려는 사람은 지친 뇌를 가지고 결국 실패한 하루를 살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도 이와 비슷한 내용입니다.
아침마다 기억이 사라지는 이 여자는 자기에게 청원하는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아침마다 의심해야 하고 아기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자친구는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짧게나마 녹화해서 매일 아침 1시간만 보면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이 되살아나게 합니다. 
 
결국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게 둘은 결혼하여 아기를 낳고 살아갑니다.  
 
우리에게는 ‘주님의 기도’가 있습니다.
저는 아침마다 주님의 기도를 한 시간씩 하며 제가 누구인지 되새깁니다.
살아가면서 가끔 이 믿음을 꺼내서 마십니다.
그러면 하루 동안 거의 주님의 현존을 잊지 않습니다.
물론 증류주도 마시면 말라버립니다.
그러니까 매일 아침 기도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내가 잠들기 전에’는 내가 누구인지 찾기 위해 나 자신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이고, ‘첫 키스만 50번째’는 애인의 기억을 되살려주기 위해 남자가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주님께서도 아침마다 깨어있게 하시기 위해 당신 현존을 준비하십니다.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기만 합니다.
항상 깨어있는 종이 됩시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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