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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15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0-15 조회수 : 465

마태오 22,1-14 
 
인간이 위대한 이유! 
 
 
고단한 하루 일과를 끝낸 어느 저녁,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 안에서 빅터 플랭클이 겪었던 체험입니다.
죽도록 피곤한 몸으로 막사에 돌아온 수인들은 막사 바닥에 앉아 영양가라곤 기대할 것이 전혀 없는 멀건 수프 한 그릇씩 받아먹고 있었습니다. 
 
그때 뒤늦게 막사 안으로 들어온 동료 한 사람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빨리들 먹고 운동장으로 나가보세요. 지금 석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동료의 말에 다들 먹던 스프 그릇을 옆으로 밀쳐두고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조금씩 소멸되어 가는 태양의 장엄함 앞에 다들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영혼을 소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적대자가 육체를 가두어도 영혼의 소유자인 인간을 그 어떤 열악한 환경 안에서라도
자유를 누릴 수 있습니다. 
 
죽음의 수용소 안에서도 왕자처럼 누릴 것 다 누리고 행복하게 살아온 빅터 플랭클의 삶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자신의 삶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삶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극복하고 초월해서 하느님 가까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몸은 비록 부스러지기 쉬운 흙덩이처럼 나약하지만, 정신이나 영혼을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고 언젠가 하느님과 충만하게 합일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오늘 우리에게 바로 그것을 요청하고 계십니다.
자기 자신이라는 좁은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 것, 높은 경지에 도달하는 것, 그래서 마침내 하느님 가까이 다가서는 것, 그것이 하느님의 간절한 바램입니다. 
 
이런 하느님께서 오늘도 우리 모두를 부르고 계십니다.
친히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한 상’ 잘 차려놓으셨습니다.
잔치를 손수 준비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길거리로 나가셔서 이 사람 저 사람을 초대하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때로 두려워서, 때로 부끄러워서, 때로 얼굴을 들 수 없어서 어둡고 깊은 동굴 안으로 꼭꼭 들어가 숨어버립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런 우리에게 조차 다가오십니다.
애써 찾아오십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애야, 괜찮다. 빨리 나오거라. 음식 다 식는다.” 
 
이스라엘 백성들의 구원을 위한 영원한 생명의 잔칫상을 거나하게 잘 차리신 예수님께서 제일 먼저 당신이 총애하시고 애지중지하시는 이스라엘 백성을 부르셨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하느님 측의 열렬한 초대 앞에 이스라엘 백성 측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정면으로 대놓고 거부한 것입니다. 
 
거절의 이유가 너무나 허무맹랑해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맨날 반복되는 밭일, 장사였습니다. 
 
결국 하느님으로부터 제1차로 선택받은 민족, 민족들의 으뜸이자 장자였던 이스라엘의 운명은
끝장나버렸습니다.
하느님 초대에 대한 거듭된 거절의 결과는 멸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자리는 이민족들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잘 차려진 잔치의 좌석에 앉은 사람들의 면면은 우리 인간들의 상상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습니다.
100퍼센트 거기 앉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대사제들, 율법의 전문가들, 바리사이들은 단 한 명도 앉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정통 신앙인으로 자처했던 이스라엘은 그리스도이신 포도나무의 원줄기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포도나무에는 이교 민족의 가지가 접목되어 기대하지도 않았던 포도 열매가 왕성히 열리게 된 것입니다. 
 
먼저 불림받은 사람들, 특별한 선택을 받은 사람들, 정말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우월감 갖지 말고, 내가 1등이라는 의식도 갖지 말고 늘 겸손하게 하느님의 뜻을 찾기 위해 노력할 일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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