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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14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0-14 조회수 : 489

루카 11,27-28 
 
우리는 틀렸다고 포기하지만, 하느님 앞에는 절대 불가능이 없습니다! 
 
 
매실이며, 감나무며, 무화과나무 묘목 수백 그루를 심은 지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여린 묘목을 한 그루 한 그루 심을 때,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초보들이라 삼백여 평 되는 밭을 갈아엎고, 멀리까지 가서 묘목을 사오고, 구덩이를 깊이 파고, 묘목을 심고,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다들 나무라고는 심어본 적이 없는 초보들이라 웃기는 일도 많았습니다. 
 
접붙인 부분은 비닐로 감싸져 있었는데, 그걸 벗기지 않고, 심었다가, 다시 파내서 제거하고 다시 심고...
그리고 수시로 들여다봤습니다. 언제쯤 열매가 맺히려나?
밭이 워낙 돌밭이고 척박했던지?
아니면 저희가 게을렀던 탓인지, 성장이 엄청 더뎠습니다. 
 
최근에는 잡초가 허리까지 올라와,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예초기를 돌리다가, 그야말로 감동적이고 눈물겨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아직도 여리고 키가 덜 자란 감나무 묘목에서 튼실한 감이 2개나 달려있는 것입니다.
그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열매를 맺은 것이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그간 제 머릿속에 우리 과수원은 삼 년째 아무런 결실도 없으니, 실패인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딱 감 두 개로 인해 새로운 희망이 생겼습니다. 
 
우리 각자의 인생도 마찬가지겠지요.
우리는 자주 지난 삶 돌아보며, 내 인생은 이렇게 실패로 끝나는구나,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할 것 없겠구나, 하지만, 하느님 입장에서 보면 천만의 말씀입니다. 
 
우리가 좌절하고 낙담하고 슬퍼하는 어느 날, 하느님의 크신 자비와 은총에 힘입어 마치 기적처럼, 동화 속 이야기처럼 우리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찍고 반전할 수 있음을 굳게 믿습니다.
우리는 틀렸다고 포기하지만, 하느님 앞에는 절대 불가능이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나자렛의 마리아 인생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스라엘의 변방 중에 변방 갈릴래아, 그 중에서도 낙후된 지역 나자렛이었습니다.
당시 나름 잘 나가던 예루살렘 사람들은 나자렛 사람들을 대놓고 무시하며, ‘나자렛에서 뭐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는가?’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그 척박하고 낙후된 변장 나자렛의 어린 소녀 마리아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아무도 상상조차 못한 일을 시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총애하셨습니다.
그녀를 당신께서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실 사다리요 통로로 선택하셨습니다. 
 
마리아 입장에서 이보다 더 큰 축복과 은총은 다시 또 없었습니다.
하느님의 외아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찾아오셨습니다.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열 달 가까이 자신의 태중에 모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자신의 육체를 통해 탄생하셨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젖을 물렸습니다.
당신 품에 안고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이보다 더 큰 영광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런 연유로 군중 가운데 누군가가 크게 외쳤습니다.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을 행복합니다.”
그 말씀을 들은 예수님 반응이 의외입니다. 
 
저 같았으면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과 예우를 갖추는 차원에서 그랬을 것입니다.
“그렇다마다요. 저희 어머님 마리아,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모릅니다. 신앙심을 또 얼마나 깊으신지?
이 세상에 저희 어머님 같은 분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은 이랬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
여러분, 이 대목에서 보이신 예수님의 반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불효막심한 대답일까요?
도무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예수님일까요? 
 
사실 인류 역사상 가장 하느님 말씀을 잘 경청하고 구체적인 삶 속에서 지키고 실천한 사람은 바로 성모님이었습니다. 
 
예수님의 그 말씀은 불효막심한 말씀, 어머니를 깎아내리는 말씀이 아니라, 바로 어머니에 대한 극찬의 말씀, 
 
칭송의 말씀이었습니다. 
 
  
 
오늘 제 모습, 우리의 모습을 내려다봅니다. 
 
매일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는 잘합니다. 
 
그러나 지키고 실천하는 모습은 너무나 부족합니다. 
 
선포되는 말씀 따로, 구체적인 생활 따로인 우리입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 하느님 대전에 서게 될 텐데, 그때 가장 큰 관건은 바로 이것입니다.
들은 말씀을 얼마나 마음 깊이 간직했고, 얼마나 그 말씀을 매일의 구체적인 삶, 구체적인 관계,
구체적인 사건 안에서 실천했는가?
바로 그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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