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티아 3. 7-14
루카 11,15-26
하느님과 마귀, 그리스도와 반그리스도, 천국과 지옥, 축복과 저주 사이에는 어정쩡한 중립 지대가 없습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신앙 고백을 해도 모자랄 판국에, 적대자들은 그분을 향해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 운운하니, 예수님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제가 예수님 입장이라면, 정신 못차리는 적대자들에게 제대로 된 ‘참 교육’을 실시하던지, ‘빅 엿’을 선사했을텐데, 예수님께서는 말도 안되는 그들의 공격 앞에서도,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설명하시니, 그분의 인내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내가 만일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면, 너희의 아들들은 누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는 말이냐? 그러니 바로 그들이 너희의 재판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루카 복음 11장 19~20절)
적대자들과 벌인 꽤나 심각한 마귀 관련 논쟁 중에도 예수님의 탁월한 유머 감각이 돋보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도 하느님 아버지의 권능을 통해 마귀를 쫓아낼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밝힙니다.
그런데 하느님 아버지의 능력이 얼마나 탁월하신지를 강조하기 위해 ‘하느님의 손가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는 마귀 정도 쫓아내는 것은 식은 죽먹기라는 것입니다.
마귀를 쫓아내기 위해서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온 힘을 다할 필요도 없고, 팔의 힘을 사용할 필요도 없고, 그저 새끼 손가락 끝만 까딱하면, 가볍게 마귀를 쫓아내실수 있음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의 손가락이란 표현은 성령을 의미합니다.
성삼위는 가끔씩 팔-손-손가락으로 상징됩니다. 손가락은 손이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손 역시 팔이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반대로 팔은 손과 손가락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예수님 안에 하느님의 성령께서 활동하실때,
비로서 하느님의 나라-하느님 안에서의 나라-하느님을 통한 나라는 도래하고 완성되는 것입니다.
한 인간 존재가 아무리 하느님 가까이 다가섰다 할지라도, 마귀의 강력한 유혹과 공세 앞에서
자유로울수 없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극한 겸손의 덕입니다.
하느님을 떠난 우리는 아무런 힘도 없음을 늘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해서든 그분 옷자락을 꼭 쥐고 있으며, 그분 손길 안에 머물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마귀와 관련된 예수님 가르침의 요약은 이것입니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버리는 자다.”
(루카 복음 11장 23절)
하느님과 마귀, 그리스도와 반그리스도, 천국과 지옥, 영원한 축복과 영원한 저주, 그 사이에는 어정쩡한 중립 지대, 제3의 지대, 투쟁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 방관자로 남아있어도 되는 장소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모두 두 갈림길 앞에서 미적미적 망설이지 말고, 신속하고도 단호하게 선택할 것을 요청받고 있습니다.
해야만 합니다.
갈림길 앞에서 흥미나 관심을 두지 않는 것 역시 일종의 선택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무관심과 방관 역시 거절의 한 표현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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