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1,15-26
착한 뜻만 있다면 모든 질서 안에서 창조자의 선하심을 볼 수 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마귀들을 쫓아내자 어떤 사람들은 “저자는 마귀 우두머리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 하고 모함합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마귀들이 서로 싸운다면
그들의 나라는 망하고 말 것이라고 하며 당신의 힘은 성령님 덕분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모든 죄와 질병은 무질서입니다. 본래 창조된 질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병이고 그렇게 만드는 것들이 마귀들입니다.
열역학 제2 법칙은 더 큰 질서의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세상 어떤 것도 더 높은 수준의 질서로 갈 수 없다는 법칙입니다.
모래가 시계가 될 수 없고 저절로 건물이 될 수 없습니다.
만약 건물을 보고 스마트폰을 본다면 그 질서 속에서 어떤 누군가가 그 질서의 힘을 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병이 고쳐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병은 무질서인데, 병이 고쳐지고 마귀가 쫓겨나면
분명 질서를 잡아준 누군가가 존재합니다.
인간의 질서와 문명이 저절로 생겨날 수는 없다고 믿어 그 기원을 파헤쳐보려 했던 영화가 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입니다.
영화는 처음에 선사 시대를 배경으로 원시인들의 생활을 그립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동물 무리와 경쟁하며 먹이를 찾아다닙니다.
어느 날, 원시인들은 모놀리스라는 검은 직사각형 물체를 발견합니다.
이 물체의 출현 후 원시인들은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후 시간은 흘러 21세기로 넘어갑니다.
인류는 달에 기지를 세우고 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달에서는 선사 시대 때와 동일한 모놀리스가 발견됩니다.
탐사대는 이를 조사하던 중, 몬올리스는 갑작스러운 신호를 우주 깊숙한 곳으로 보냅니다.
이 신호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디스커버리라는 우주선이 목적지인 유성계의 행성, 주피터로
출발합니다.
선내에는 인공지능 HAL 9000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HAL은 결함을 보이며, 인간 승무원들에게 위협이 되기 시작합니다.
목성 근처에서, 우주선의 남아있던 승무원, 데이브는 우주에 떠 있는 몬올리스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는 이상한 공간을 통과하며 다양한 시공간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데이브는 높은 수준의 존재로 진화하는 것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데이브가 거대한 아기로 변하며 지구를 바라보는 모습으로 끝납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항상 ‘외부’의 존재, 여기서는 몬올리스가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는 고도의 문명이나 더 높은 수준의 존재가 인간의 진화에 관여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HAL 9000과의 갈등에서는 인공지능과 기술의 위험성을, 그리고 인간의 본질적인 존재와 기술의 한계를 탐구합니다.
많은 영화에서 인간의 근원을 찾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문명과 기술이 저절로 생겨날 수 없음을 인정합니다.
미지의 세계에서 모놀리스나 인간의 형상을 닮은 건축물을 만나게 되면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그렇지만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질서가 창조되었다면 그 누군가는
사랑일 수밖에 없습니다.
질서를 잡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소용됩니다. 누군가 질서를 주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였다면 사랑하였다는 뜻입니다.
어떤 물건이든 사랑 없이 만들어지는 물건이 없습니다.
누군가 비행기를 만든다면 그 노력으로 어떤 이들이 편안하기를 바라고 또 그것을 통하여 가족을 부양할 수 있기에 사랑의 표현입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루마니아 요람이란 고아원에서는 아이들에게 양식과 집이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불쌍한 고아들은 온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음식은 주어졌지만, 사랑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랑 없이 질서 잡힌 인간으로 성장할 아이는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질서는 또한 사랑입니다.
사랑이 질서를 잡는 에너지입니다.
부모의 사랑 없이 자녀가 제대로 자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질서 잡힌 어른을 보면 누군가가 그에게 사랑을 주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질서 안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사랑을 주시는 분을 보이지 않더라도 믿을 수 있게 됩니다.
만약 이러한 질서의 세상 안에서 그것이 저절로 이루어졌다고 말하거나 그것을 만든 대상에게 사랑이 없다고 말한다면, 이는 무질서를 쫓아내시고 병을 고치시는 예수님을 마귀의 힘을 빌려서 한다고 말하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어집니다.
무언가 질서가 잡혀간다면 에너지가 있고 사랑이 있고 그것을 주는 분이 계신 것입니다.
죄와 병과 무질서는 오직 사랑의 힘으로 통해서 용서받고 고쳐지고 바로 세워집니다.
그래서 주님의 손가락으로 병이 치유되거나 죄에서 벗어나는 일이 있다면 이미 아버지의 나라가 와 있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나라에서는 당신이 사랑으로 만드신 것을 지키고 보존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히 삽니다.
그분을 인정하기만 하면. 사랑은 생명 자체이시기 때문에 영원히 창조합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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