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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0-02 조회수 : 456

몇 년 전에 기분 좋지 않은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말은 저를 화나게 했고 또 너무 억울했습니다. 글쎄 예전에 있었던 본당에서 제가 성당 돈을 많이 챙겼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냥 말도 안 되는 소문으로 넘기려고 했지만, 생각할수록 어이없고 억울했습니다. 당시 본당에서는 성당 옆 건물을 매입하느라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 상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고 외부 강사료, 방송 출연료, 그리고 책 인세까지 모두 성당 수입으로 넣었었습니다. 혹시라도 신자들 부담을 줄 것 같아서 축일 행사도 단 한 번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성당 돈을 제 것인 양 챙기는 파렴치한 사람으로 소문이 나고 있다고 하니 억울한 것을 넘어서 화가 치밀었습니다.

 

이 상황을 잘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저를 믿어주었던 많은 신자 덕분이었습니다. 잘 모르는 몇 명의 말에 신경 쓰지 말라면서, 대부분의 신자는 저를 믿는다면서 힘내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저를 지켜주는 수호천사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다른 이에게 믿음과 희망을 전하는 사제로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습니다. 즉, 저도 다른 이의 수호천사로 살겠다는 다짐입니다.

 

예수님을 떠올린 것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억울하다고 화를 내던 저였지만, 주님의 억울함과 비교하면 저의 경우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제자에게 배신당하고 또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인 인간에게 억울한 판단을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당하십니다. 아무 죄 없는 분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면서 난리 치는 인간의 죄악에 얼마나 억울하셨을까요?

 

죄 많은 저의 경우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비난받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은 낮아지지 못하고 그만큼 나를 드러내려는 욕심 때문이었던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회개해서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어린이는 단순합니다. 이것저것 재면서 자기 이익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이지만, 자신의 그런 부족함을 인정하면서 어른을 따릅니다. 이렇게 단순하고 겸손한 모습을 갖춰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도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쉽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수호천사가 필요합니다. 어렵고 힘든 이 세상 안에서 나를 믿어주고 희망을 전해 줄 수호천사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믿음과 희망이 가득할 수 있도록 나 역시 다른 이의 수호천사로 힘껏 일해야 합니다.

 

수호천사는 사람을 선으로 이끌며 악에서 보호하는 천사라고 하지요. 따라서 악을 피하고 선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도 내 이웃의 소중한 수호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명언: 의미있는 고통은 추락이 아니라 재탄생의 순간이자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류시화).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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