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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0-02 조회수 : 650

마태오 18,1-5.10 
 
수호천사가 있음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보통 수호천사는 우리를 보호해주는 분으로 묘사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추석에 박스를 나르다 눈 주위를 조금 다쳤습니다.
수호천사가 있었다면 다치지 않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사실 수호천사가 있어서 보호받는 것보다 보호받지 못한다고 있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가 수호천사를 믿을 수 있을까요?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은 믿거나 안 믿거나 우리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증거가 있어서 믿는 게 아닙니다.
만약 배우자를 믿는다면 배우자가 자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가 있어서 믿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 증거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냥 믿는 게 속 편하니까 믿는 것입니다.
만약 의심한다면 배우자가 정말 자신을 싫어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람을 피우고 있더라도 믿어버리면 언젠가는 그 믿음에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자녀를 위해서도 믿는 게 좋습니다.
그러니까 믿는 것입니다. 믿음은 선택입니다.  
 
저도 넘어져 박스에 눈 주위가 긁혀서 피가 날 때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오랜만에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이는 집으로 가야 하는데 기분 나쁜 상태로 가면 무엇이 좋을까요?
사람들은 분명 눈이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넘어져서 다친 것은 다행이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다행이라고 믿는 게 속 편합니다. 그래서 기분이 상하지 않았습니다.
피를 닦으면서 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음 날 한가위 미사를 할 때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퍼렇게 멍이 들고 붓기도 했지만, 그래도 미사를 할 수 있을 정도만 다쳐서 좋았습니다.
믿음은 이처럼 증거가 있어서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것보다 믿는 게 더 좋으니까 믿는 것입니다.
따라서 믿기 위해 표징을 요구하는 이들은 좋은 것을 바라지 않는 악한 사람이 됩니다. 
 
그렇다면 수호천사를 믿으면 무엇이 좋을까요? 먼저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대전교구 신리 성지에 가면 엄청난 크기의 순교 성화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다블뤼 기념관 지하 2층에 ‘순교미술관’은 순교자들을 주제로 한 작품만을 전시한 특별한 곳입니다. 
 
이종상 화백(요셉, 1938~ )이 3년에 걸쳐서 그린 13점의 대형 순교기록화와 5점의 성인화가 상설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종상 화백은 5천 원권 지폐에 들어간 율곡 이이 초상화나 5만 원권 신사임당을 그린 분입니다. 그러니까 손바닥만 한 그림을 그려도 수억 원에 달하는 그림을 그리는 분입니다.
그분이 아무런 보상도 요구하지 않고 3년 동안 그린 그림의 가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성지에서 보는 그림은 사실 원본이 아닙니다.
원본은 워낙 가치가 높기에 금고에 따로 보관한다고 합니다.
그 금고는 온도와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특수 제작된 것이고 유지비도 적지 않게 든다고 합니다.
정말 귀중한 것을 맡길 때 자기 작품이 망가지지 않게 그러한 정도의 금고를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렇기에 금고 안에 있는 원본의 그림이 비록 혼자 방치되는 것처럼 여겨질지라도 누군가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고 믿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 됩니다. 
 
나에게 수호천사가 붙어있다는 말은 주님께서 나를 창조하시고 보호하시기에 나는 가치 있는 존재라는 자존감을 가지게 됩니다.
혼자가 아니라고 여기면 절대 포기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도 이것을 믿게 해야 합니다.  
 
수호천사를 믿으면 나만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기게 될까요? 나에게도 수호천사를 붙여주셔서
나를 가치 있는 존재로 믿을 수 있게 하셨다면 다른 존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함부로 할 수 없게 됩니다.
내가 수호천사를 믿어 자존감을 가졌다면 다른 피조물도 경외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오래전에 어떤 조그만 녀석이 돈을 달라고 까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놈을 우습게 보고 까불지 말라고 꼴 밤을 한 방 먹여 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자기가 아는 형들을 몇 명 데리고 나온 것입니다.
저는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어린아이를 보아도 이전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것은 수호천사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기 위해서는 수호천사와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수호천사에게 이것저것 청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더 쉽게 믿어집니다.
저도 주일학교 교사 할 때 한 아이를 야단치고는 겁이 나서 기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금방 돌아오게 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그분께서 나와 함께 계심을 믿어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니 믿으려면 먼저 왜 믿는 게 좋을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고 그다음에는 믿고 대화를 나누며 기도하는 게 좋습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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