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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30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9-30 조회수 : 422

루카 9,43-45 
 
그분께서 쓸쓸히 홀로 십자가를 지셨듯이 우리의 운명 역시 그러합니다! 
 
 
자신이 어떻게 죽을 것인지?
그것도 얼마나 끔찍하게 죽을 것인지를 알고 있다는 것, 얼마나 혹독한 일인지 모릅니다.
예수님께서 그러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에게 닥쳐올 운명, 특히 십자가 죽음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파악하고 계셨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날, 당신은 인류 전체의 죄악을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고 골고타 언덕을 올라가실 것이며, 모든 사람들의 속죄물로 하느님께 바쳐질 것이며, 그렇게 되기 위해 조만간 당신이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임을 정확히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실을 예수님 당신 혼자만 알고 계셨습니다.
제자들조차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단 몇 명이라도 예수님께서 맞이하실 미래를 파악하고 있었다면, 옆에서 공감해드리고, 고통을 함께 나눠드릴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수님께서는 도망가신다거나 회피하지 않으시고, 매일 매일 당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충실히 수행해나가시면서, 그 넘겨질 날을 향해 담담히 앞으로 나아가셨습니다.
당신의 수난과 십자가 죽음을 통해 완성될 인류 구원 사업을 위한 퍼즐을 점진적으로 맞춰나가셨던 것입니다. 
 
“너희는 이 말을 귀담아들어라.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루카 9,44)
우리도 조만간 사람들의 손이 아니라 하느님 손에 맡겨질 것입니다.
천만다행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끔찍한 수난과 혹독한 죽음이 절대 아닙니다.
물론 하느님 손에 맡겨지는 과정에서 겪게 될 고통이 없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안심하고 우리의 모든 것, 우리 생애 전체, 죽음조차 하느님 아버지 손에 맡길 때,
그분께서 주실 위로와 기쁨을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그토록 그리워했던 천상 낙원으로 인도할 것이며, 거기서 그분과 함께 영원한 생명과 끝없는 축제를 즐기게 될 것입니다. 
 
씁쓸하게도 한때 사랑했던 제자의 배반에 의해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 그것도 무지막지한
악인들의 손에 넘겨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인류 역사상 가장 슬프고 가장 초라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다행스런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예수님의 슬픈 운명이 그저 슬픔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세상 가장 높은 곳에 좌정하셔야 할 분이 인생의 가장 밑바닥으로 내려가셨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바닥을 친 다음 다시 한번 위로 올라가십니다.
죽음을 물리치시고 영광스럽게 부활하십니다.
뿐만아니라 승천을 통해 원래 계셨던 가장 높은 곳으로 다시 올라가십니다.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올라가신 예수님께서 다시 한 번 우리 인류에게 손을 뻗으십니다.
영원히 사시면서 영원히 이 세상을 다스리실 운명을 지니신 그분께서 오늘 우리에게도 영원한 생명에로 초대하십니다. 
 
결국 예수님의 운명은 파노라믹 운명의 끝판왕이셨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가장 해피엔딩 끝판왕의 운명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예수님을 주님이요 이정표로 삼고 이 땅 위를 살아가는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운명 역시 어쩔 수 없습니다.
그분께서 슬픈 운명을 지니고 태어나셨기에 이 땅 위에서 우리의 운명 역시 슬픈 운명입니다.
그분께서 쓸쓸히 홀로 십자가를 지셨듯이 우리의 운명 역시 그러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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