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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30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9-30 조회수 : 630

루카 9,43ㄴ-45 
 
먼지는 전에 있던 흙으로 되돌아가고, 목숨은 그것을 주신 하느님께로 되돌아간다.  
 
의미를 만나면 세상은 허무가 된다  
 
 
일본의 토키치 이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고 무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못하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 살해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감옥에 갇혀 사형 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감옥에 있는 동안 캐나다 여인 두 명이 그를 방문하여 창살 너머로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맛살만 찌푸렸을 뿐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결국 두 여인은 포기하고 성경만 건네주고 떠났습니다. 
이시는 그렇게 받은 성경을 읽어 내려가다가, 
마침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힌 이야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는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소서. 저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라는 말씀에 그만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 구절에서 멈추었다. 
마치 17~18cm 가량 되는 대못이라도 박힌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그것을 그리스도의 사랑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지 나는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오직 내가 하느님을 믿게 되었고 강퍅한 내 마음이 변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그를 형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온 간수는 자기가 예상했던 야수 같은 강퍅한 인간이 아니라, 얼굴에 광채 나는 웃음을 띤 사람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순간의 특별한 만남으로 자신의 온 인생이 허무로 끝나지 않게 된 것입니다. 
「톰 휴스턴, 십자가 주변의 사람들」 
 
누구나 다 보물찾기를 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특히 어렸을 때 소풍가서는 보물찾기가 소풍의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됩니다. 
 
보통 보물찾기는 가장 마지막에 하게 되는데 거기에서 보물을 찾아 상을 받은 아이들은  기쁘게 집으로 돌아오지만 찾지 못한 아이들은 슬픈 얼굴로 돌아와야 합니다. 
보물을 찾지 못한 아이들에겐 소풍의 모든 것이 ‘허무’로 돌아갑니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도 보물을 찾던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끝내 보물을 찾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물이 그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알아볼 수 있도록 성경을 설명해 주십니다.  
 
그들이 성경을 이해하게 되자 보물이 보입니다. 
그리스도를 만나게 되자 지금까지의 모든 삶이 다시 의미 있게 되어버렸습니다. 
정말이지 지금까지 의미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의미 없게 되었습니다.  
 
완전한 의미이신 보물을 만나면 이 세상 모든 것들은 허무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당장 죽어도 후회 없게 된 것입니다. 
결국 밭에 묻혀있는 보물이란 그리스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어차피 모든 인생이 허무한 것이니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즐기려 해도 참 즐거움이 아닐 때에는 그것도 허무한 것입니다. 
물론 즐기며 살지 못한 사람들보다야 낫겠지만 말입니다.  
 
참 행복은 바로 허무를 의미로 바꾸어 주시는 그분을 만나는 것입니다. 
난자가 일생 정자를 만나지 못하면 허무하게 사라져버리지만 정자를 만나면 의미 있는 삶으로 바뀌는 것처럼 사람 또한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만 허무를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만남을 위해 시간이 주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분을 만났다는 증거는 이 세상 모든 것이 허무로 보이는 것입니다. 
헬렌 켈러는 입과 눈과 귀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소통이란 것이 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이런 처지인지도 모릅니다.  
 
결국 소통한다고 만나는 모든 것들은 허무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설리반이란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되었습니다. 
설리반이란 선생님을 통해 하느님까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삶은 이제 헛된 삶이 아니었습니다. 
참 고마운 삶이 되어버렸습니다.  
 
솔로몬도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던 인물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만나보았지만 결국 고백하는 말은 허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오직 하느님만을 찾으라고 권고합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허무로 보인다는 말은 그분을 만났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오직 그분과의 만남만이 허무한 삶을 의미로 바꾸어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영원의 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을 진정 만나보았습니까?  
 
그렇다면 지금 너무나도 기뻐서 이 순간이 영원이 될 것입니다. 
지금 죽더라도 결코 아쉽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허무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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