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곧 0.6명 대까지 떨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는 성당에 나오는 아이들 숫자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1990년대만 해도 웬만한 성당의 초등학생 숫자는 모두 100명 이상이었습니다. 큰 본당의 경우는 거의 1,000여 명의 아이들이 주일학교에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이 보기 힘들다면서 어린이 미사 자체가 없어지는 본당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전 세계 출산율 최하위인 우리나라, 그래서 많은 학자가 인구소멸 국가 1호로 우리나라를 꼽는다고 합니다. 정부에서도 또 각 지자체에서도 많은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지만, 그 효과는 거의 미미해 보입니다. 아이를 가짐으로 인해 생기는 희생을 떠올리면, 자기들뿐 아니라 결국 아이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어느 형제님께서 자녀를 가져야 할지 말지 아내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자녀 갖는 것이 갖지 않는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에 자녀 갖는 것이 가치의 여부를 따져야 할 것인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는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당시에는 이런 표어가 가득했습니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께서는 국가 정책에 반하는 여섯 번째 자녀를 낳아야 할지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치를 따지지 않고 낳았기에 지금의 제가 있게 되었습니다.
생명에 관한 부분, 또 미래에 관한 부분은 우리 영역이 아닙니다. 분명히 불행할 것이라며 인간적인 판단을 내세우지만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결국 생명과 미래에 대한 부분은 하느님께 맡겨드리면서 지금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면서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한가위입니다. 한가위는 수확의 풍요로움과 더불어 보름달처럼 밝고 훈훈한 사랑과 정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을 만나고 하느님과 조상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드러내는 날입니다. 사실 자신이 이 자리에 있음 그 자체로 커다란 은총이며 감사할 이유로 충분합니다. 만약 세상 사람들이 따지기 좋아하는 세속적인 기준을 가지고서 판단했다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과연 창조하셨을까요? 죄악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인간을 오히려 창조하지 않음이 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조상님들이 없었다면 마찬가지로 자기 존재를 이 세상에 드러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예전 표어를 살펴보다가, ‘무서운 핵폭발, 더 무서운 인구 폭발.’이 있더군요. 지금은 무엇이 무섭습니까? 당시에는 인구 증가가 무서웠나 보지만, 그때 생각했던 가치의 결정이 잘못되었음을 지금 우리는 이야기합니다. 결국 주님께서 원하시는 뜻에 집중하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생명과 미래는 하느님 아버지의 것입니다.
하느님과 조상님께 감사를 드리며, 또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한가위 되십시오.
오늘의 명언: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대학).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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