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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7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9-27 조회수 : 450

지금이야 식복사 자매님이 계셔서 요리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식사를 위해 직접 요리를 해야만 했습니다. 처음 요리를 했을 때,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습니다. 요리책을 따라 했을 뿐인데도 맛이 훌륭했고, 또 남이 해주는 밥만 먹다가 제가 하는 밥도 커다란 만족감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단지 식사 후의 설거지가 귀찮기는 했지만, 이 역시 깔끔하게 정리 정돈을 한 뒤에는 기분이 좋아져서 괜찮았습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요리에 취미를 붙이고 있을 때, 어떤 분이 요리할 때 쓰라면서 미국제 채칼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새로운 도구를 얼른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에 감자볶음을 만들기 위해 감자를 이 채칼로 썰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사고가 생겼습니다. 저의 실수로 감자를 잡고 있던 엄지손가락이 이 채칼에 썰린 것입니다. 곧바로 헝겊으로 손을 움켜잡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이때까지 부엌은 재미와 만족감을 주는 곳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저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위험한 곳도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지요.


우리는 이 세상이 자기에게 좋은 것, 편안한 것만을 주는 곳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때로는 좋은 것, 편안한 것이 자기에게 어려움과 힘듦을 줄 수 있는 것도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을 따르는 것도 그렇습니다. 주님을 따르면 무조건 기쁨과 행복만 주어질까요? 아니었습니다. 주님을 따르는 것도 고통과 시련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우리는 그 안에서 좀 더 주의를 기울이고, 좀 더 현명해지면서 평화로울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불러 모으시고는 마귀를 쫓아내고 질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신 다음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그런데 무엇인가가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아니, 전교 여행을 하면서 꼭 필요해 보이는 것들은 전혀 주시지 않습니다. 그 부족한 것을 주시지 않음을 당신이 먼저 이야기하십니다.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 옷도 지니지 마라.”


하느님 나라의 선포라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주시면서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세상의 것들은 모두 내려놓으라는 것입니다. 철저한 가난 속에서 유일하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평화’ 뿐이었습니다. 이 선포는 지금을 사는 우리도 실천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실천에 있어서 필요한 것은 돈도 아니고, 세상의 지위도 아니고, 나의 특별한 능력과 재주도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것은 모두 내려놓고 평화를 들고서 주님의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면서 좋고 편안한 것만을 찾아서는 안 됩니다. 딱 한 가지, 평화만 있으면 충분했습니다.



오늘의 명언: 누군가는 성공하고 누군가는 실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차이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 타인과 함께, 타인을 통해서 협력할 때에야 비로소 위대한 것이 탄생한다(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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