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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3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9-23 조회수 : 617

복음: 루카 8,4-15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말씀을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해야 하는 단 한 가지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생긴 지 막 3년 차에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학교 운동장 한 가운데 산소가 하나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묘지 위에 세워진 학교였는데 그 산소 주인만이 학교가 제시한 금액에 협의를 해 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것들은 다 이장하여 깎아서 운동장을 만들었는데 단 하나의 산소만이 운동장 위에 불뚝 서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주위를 돌며 공을 찼고 가끔은 산소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열 받아서 산소를 차기도 하고 누군지도 모르는 그 자손들을 욕하기도 하였습니다. 

 

돈이 좋기야 좋지만 조상의 묘자리를 빌미로 과연 그렇게 몇 년 동안 방치해 두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항상 느끼는 것이었지만 그 높이 있는 산소는 평상시에도 잘 단장되어 있었습니다. 

 

조금만 지나면 풀이 우거질 것인데 항상 짧게 잘려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와서 그 높은 곳에 올라가 산소를 정돈하는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몰래 와서 묘를 잘 단장하는 것이 조상이 기뻐하는 일일까요? 

 

사실 그들의 노력은 조상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조상이 원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하는 모든 노력들도 그럴 수 있습니다. 

봉사하면 기뻐하실 것이다, 봉헌을 많이 하면 기뻐하실 것이다, 기도를 많이 하면 기뻐하실 것이다, 선교를 하면 기뻐하실 것이다 등 많은 일들을 하느님께 해 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모든 것들이 하느님께 과연 필요한 것일까요?

하느님은 돌로도 아브라함을 만드실 수 있는 분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아주 다른 것일 수 있습니다.

그것이 아닌 이상에는 무슨 일을 하던지 의미가 있을 수 없습니다. 

 

바오로는 땅에서 씨앗이 죽어야만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을 부활의 원리로 보고 있습니다. 

 

사람은 첫째 아담에게서 나온 땅의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두 번째 아담은 하늘에서 난 분이기에 하늘에 계신 분과 닮으려면 땅에서 난 자신을 죽여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하여 자신들을 죽이고 그 광야에서 새로 태어난 사람들만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과 같습니다. 

 

이스라엘은 우리 교회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우리 각 개인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세례 받을 때의 우리 자신이 완전하게 죽지 않으면 가나안 땅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들이 광야에서 해야 했던 일은 오직 죽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래야 새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는 땅의 인간을 묻어 하늘의 인간으로 조금씩 새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나를 죽이는 것이 삶의 의미란 뜻입니다. 

 

애벌레의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자기가 죽어서 고치가 되어 다시 나비로 태어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모두에게 시간을 주시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흙으로 된 육체적인 우리 자신을 죽여 그리스도를 닮은 영적인 나로 새로 태어나는 것, 그것만이 유일하게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지 않으셨다면 그리고 부활하시지 않으셨다면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하신 모든 노력들은 결국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어버렸을 것입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우리 또한 새로 태어나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습니다.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합니다. 

미리 공부도 하고 옷도 마련하고 신발도 편한 것을 삽니다. 

미리 걷는 연습도 하고 기도도 합니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 가장 황당한 경우는 여권을 가져오지 않았을 때일 것입니다. 

 

저는 유학할 때 그런 경험이 있어서 가야 할 곳을 가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는 다른 것은 다 제쳐놓고라도 꼭 필요한 한 가지만을 먼저 챙깁니다.

나머지는 면세점이나 그 나라에 가서 다 살 수 있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꼭 챙겨야 하는 그 단 한 가지는 바로 이 세상에서 우리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고

그리스도의 몸을 입고 부활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가 되는 것입니다.

부활하지 않는다면 나머지 모든 노력들은 아무 쓸모가 없게 됩니다. 

 

매일 자아를 죽이고 그분을 나의 참 주인으로 삼고 살아갑시다.

이스라엘 백성이 다 죽지 않고서는 절대로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없었음을 잊지 맙시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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