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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21일 _ 조명연 마태오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9-21 조회수 : 460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고 얼마 동안은 꿈에서 계속 뵐 수 있었습니다. 비록 어떤 대화도 나눌 수는 없었지만 꿈에서라도 뵙고 나면 그날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도통 꿈에서 뵐 수 없었습니다. 보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하나 전처럼 꿈에 뵐 수 없으니, 밤늦게 모임을 마치고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오면 허전한 마음이 밀려오곤 했습니다.


이런 허전한 마음이 밀려올 때, 우연히 인터넷에서 어느 방송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가족의 목소리와 모습을 가상 현실 VR로 구현해서 유가족과 만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인공지능 AI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이렇게까지 만나야 할까 싶었습니다. 진짜 사람이 아닌데, 그렇다고 그 영혼이 찾아온 것도 아닌데 이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또 다짐까지 한다는 것이 과연 진짜 의미가 있을까 싶은 것입니다. 그리고 과학이 죽음의 영역까지 점령하려는구나 싶었습니다.


진짜 같지만, 또 과학 기술의 발달로 앞으로는 더 진짜 같겠지만, 이런 식의 만남은 크게 의미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는 인간이 만든 하나의 영상일 뿐이니까요. 이를 영상으로 보지 않고 진짜 살아 있는 실체로 여기면서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고 한다면, 계속해서 가상의 현실에만 머물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가 원하는 세상에만 머물려고 합니다. 편하고 쉬운 길,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길, 고통과 시련은 전혀 없는 길, 스스로 생각하고 원하는 대로만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길만을 찾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그런 세상이 있을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모습은 주님께서 가신 길을 함께 걸어가는 것뿐입니다. 자신의 욕심과 이기심을 내려놓고 대신 주님의 뜻이 가득 담긴 사랑의 삶을 걸어가는 것이 가장 필요합니다.


오늘 우리는 성 마태오 사도 복음사가 축일을 지냅니다. 마태오 복음사가는 카파르나움에서 로마제국을 위해 세금을 걷는 세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관에 앉아 있는 마태오를 향해 예수님께서 “나를 따라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을 따르는 것은 모두를 버리는 삶이었습니다. 자신이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까지 모으고 있었던 재산을 버리는 것이고, 편하게 앉아 세관을 지키는 삶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세상 끝까지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멈추지 않고 걸어가야 하는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마태오 사도는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일어나 주님을 따릅니다.


지금 자기 삶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특히 세상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님 안에 머물고 주님과 함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에서 위로받는 것이 아니라, 전지전능하신 주님께 참 위로를 받을 것입니다.


오늘의 명언: 사람들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생각에 의해서 고통 받는다(에픽테토스).


(조명연 마태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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