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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9-04 조회수 : 588

루카 4,16-30 

 

복음을 기쁘게 받아들이면 마음이 가난하단 증거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고향 나자렛에서 당신 소명을 밝히시는 내용입니다.

예수님은 예언자 이사야의 당신께 대한 예언을 읽으십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주님의 영이 내리면 분명 눈먼 이들을 보게 하고 잡힌 이들을 해방시키며 은혜로운 해가 선포됩니다.

그런데 그 기쁜 소식은 ‘가난한 이들’의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이란 재물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자아가 죽어 겸손하게 된 이들이란 뜻입니다.  

 

2011년 제가 유학을 다녀와 오산 성당에서 처음으로 본당신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나이 마흔이 되어 처음으로 본당신부를 하게 되었으니 그 열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때 레지오 훈화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한 커다란 교리실에 서른 명 가까이 되는 신자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것을 창문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레지오 회합치고는 인원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구성원을 보니 연령회장님도 있고 사목회 위원들도 있어서 그야말로 짬뽕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같이 다 성당에서 굵직한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모두 놀라는 분위기였습니다. 뭐 하는 집단이냐고 물으니 ‘울뜨레야’를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보긴 했는데 그것이 무슨 단체인지는 잘 몰랐습니다.

열심히 하시라고 하고 나왔습니다.

그러나 뭔가 숨기는 게 있는 사조직 같았습니다. 

 

얼마 있다가 저도 꾸르실료를 다녀오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꾸르실료 이후를 울뜨레야라고 합니다.

저는 그 단체 분위기가 왠지 내가 다녀오지 않으면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어차피 본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분들이 다 받았다는 꾸르실료 교육을 받기로 하였습니다.  

 

3박 4일의 일정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 내용은 비밀이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갓 박사학위를 따고 들어온 저로서는 그 가르침이란 것이 매우 유치해 보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빡빡한 일정 안에서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저를 위해 많은 기도를 해 주셨던 분들에게 죄송하기는 하였습니다.

어쨌거나 그 교육을 받으니 사목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꾸르실리스따들도 저를 인정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거면 된 것입니다.

그 교육에 보니 신자들은 사제에게 순종해야 하는 내용도 있어서 사목하기 좋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그 교육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자렛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을 무시하게 됩니다.

그들은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라며 예수님을 다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는 배울 게 없다고 여겼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자신들을 무시하는 처사에 고향 사람들은 예수님을 절벽에서 떨어뜨리려 합니다.

이 교만이 부자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자신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이끌어줄 사람을 찾고 그런 사람을 찾기 위해 더 알려고 노력합니다.

교만한 사람에겐 그래서 복음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복음은 가난한 사람에게 전해집니다.  

 

그런데 5년 뒤 제가 꾸르실료 회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영성관으로 발령을 받게 됩니다.

그 이후 6년간 꾸르실료 지도신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교육을 보며 많은 분들이 그 짧은 시간에 회개하고 변화하고 새로운 봉사자로 태어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 그때는 그렇게 부정적이었는지 모릅니다. 

 

복음은 진정 와서 봐야 합니다.

그래야 깨달을 수 있습니다.

한 번 체험하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꾸르실료 교육만큼 우리 신앙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교육은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조금은 겸손해졌습니다.

지도신부를 맡았으니 모르면 안 되었습니다.

그래서 꾸르실료에 관한 모든 책을 읽고 공부를 하였습니다.

저를 변하게 만들었던 것은 신학교 때 “그래, 너 나에게 많이 주었니? 난 네게 다 주었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음성이었습니다. 

 

성체는 은총이고 말씀은 진리입니다.

이 은총과 진리가 한 데 버무려지면 사람이 새로 태어납니다.

그런데 꾸르실료 교육안에 그 은총과 진리가 가득함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믿게 됩니다.

이 교육이 복음이고 새로운 자녀를 탄생시키는 매우 좋은 교회의 모델이 될 수 있음을.  

 

그 이후 저는 꾸르실료 재교육도 만들고 교육 내용도 나름대로 수정하며 더 나은 꾸르실료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조금은 새로워진 교육으로 많은 분들이 새로 태어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분이 교육받으면 좋겠지만, 사정상 선택된 몇 분들만 받게 되는 것이 마음 아플 뿐입니다. 

 

이 교육이 분명 기름 부어진 교육이었는데 마음이 가난하지 못할 때는 저에게 복음이 되지 못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리스도를 받아들일 때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겸손이 지혜입니다.

지혜를 많이 쌓아서 어린이처럼 겸손해지면 복음이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할 믿음을 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더욱 다른 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하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복음을 기쁘게 받아들인 가난한 이들의 삶입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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