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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9-01 조회수 : 433

마태오 24,42-51 

 

깨어 있다는 것은 곧 살아있다는 것! 

 

젊은 형제들의 선생 노릇 할 때 기억들이 가끔 떠올라 혼자 웃곤 합니다.

강의나 회의 참석차 출타를 할 때는, 이런저런 과제물이나 작업을 한 보따리씩 안겨주고 떠납니다.

“나 없는 동안 이게 웬 떡이냐? 하며 게으름 피우지 말고, 완벽하게 마무리해놓아야 한다.” 

 

우렁찬 목소리로 “네!”라고 외치는 형제들의 얼굴은 벌써 제 부재로 인한 기쁨으로 충만합니다.

이박삼일 출장을 끝내고 돌아오는 날은 일부로 귀가 시간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불시에 돌아오면 형제들의 모습이 천태만상입니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늘어지게 자고 있는 형제, 식사 시간도 아닌데 뭔가를 만들어 신나게 먹고 있는 형제, 행방이 묘연한 형제...심기가 불편해진 저는 ‘니들이 그러고도 인간이냐?’며 불벼락을 내립니다. 

 

그런데 어떤 형제는 자습실에 앉아 열심히 과제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형제는 경당에 앉아 깊은 기도에 심취해 있습니다.

마음이 흐뭇해진 저는 크게 칭찬하며, 뭐라도 챙겨주고 싶어 안달이 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도 깨어 있는 우리를 크게 칭찬하십니다.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밤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깨어 있으면서도 도둑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마태오 복음 24장 42~44절) 

 

미국판 법정 스님 정도 되는 데이비드 소로는 이런 명언(名言)을 우리에게 남겼습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곧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사막의 교부들 역시 깨어 있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황량하고 깊은 사막 한가운데로 들어갔습니다.

어두운 동굴 깊숙이 들어가 기도와 노동에 전념했습니다.

홀로 고독 속에 단식하며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또 묵상했습니다.

시메온 교부 같은 경우 언제나 깨어 있기 위해 37년 세월 동안 높은 기둥 위에서 기도했습니다. 

 

수도회 입회 후 평생토록, 환한 얼굴,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40년간 주방장 소임을 다한 가르멜 수도회 소속 부활의 라우렌시오 수사님 역시 언제나 깨어 있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라우렌시오 수사님의 영성생활은 지극히 단순명료했습니다.

자신이 행하는 모든 일 안에 하느님께서 현존하심을 굳게 믿었습니다.

그는 늘 깨어 있을 때,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위가 거룩하게 된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는 늘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있는 이 일 가운데 하느님께서 함께 하고 계심을 확신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항상 깨어 있기 위해 노력하셨던 라우렌시오 수사님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저에게 일하는 시간은 기도하는 시간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부엌에서 달그락달그락 그릇을 씻으면서, 이것저것 부탁하는 동료 인간들 사이에서, 저는 마치 성체조배를 할 때처럼 깊은 고요 속에 하느님을 모십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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