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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9월 1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9-01 조회수 : 657

마태오 24,42-51 

 

사랑하라? 먼저 먹고 기도하라! 

 

오늘 예수님은 깨어있으라고 명령하십니다.

종은 주인이 몇 시에 올지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깨어 주인이 맡긴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일하지 않는다면 깨어있음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주인이 우리에게 맡긴 일은 무엇일까요? 양식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주인이 하인들에게 제때 양식을 주라는 소명을 주고 떠났다면 주인이 돌아왔을 때 양식을 주고 있는 이들은 깨어있는 종들입니다.  

 

우리가 내어주어야 할 양식은 무엇입니까? 단순히 배만 불리는 음식일까요?

양식은 사랑이 담긴 음식입니다.

양식을 먹으면 그것을 주는 이의 자존감을 받습니다.

아이가 부모처럼 되는 것입니다. 양식을 내어주라는 말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도 마치 아담이 동물들의 이름을 지어준 것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하느님 자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주라는 뜻입니다.

이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잠을 자는 것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도 일곱 마귀가 들려 동물처럼 살다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고 결국 부활하신 그리스도로부터 “마리아야!”란 이름을 듣습니다.

그때 막달레나는 지금까지의 모든 잘못된 삶을 버리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그리스도 예수님께 합당한 사람이 되기를 결심합니다.

그렇게 자신도 예수님에게 “랍뿌니!”, 즉 ‘선생님’이라고 응답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배워가야 하는 처지기 때문입니다.  

 

김춘수의 ‘꽃’에서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앉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말합니다.

이 일을 함이 깨어있음입니다.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내가 먹을 양식도 없는데 누군가에게 양식을 줄 수 있을까요? 이와 같은 일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벌어집니다.

최광현 작가의 『가족의 두 얼굴』에 나오는 사례입니다. 

 

진혁 씨는 상담하며 자신은 30년 동안 한 번도 자신의 인생을 살아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진혁 씨의 아버지는 돈이 없어 공부하지 못했지만 사업 수완을 발휘하여 자수성가한 분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에게는 공부에 대한 한이 있었습니다.

행정고시에 합격하는 것이 꿈이었고, 주위에서도 공부만 했었다면 분명 합격했을 것이란 말을 합니다. 

 

진혁 씨는 셋째였는데, 아버지는 진혁 씨를 임신했을 때 왕관을 받는 태몽을 꾸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진혁 씨가 자신의 꿈을 이루어줄 아들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다른 형제들보다 특별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진혁 씨도 아버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지만,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고시 공부에 지친 진혁 씨는 회사에 취직했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다시 시도하라고 윽박지릅니다. 진혁 씨는 자기 인생을 살지 못하게 만든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또 그 꿈을 이뤄주지 못한 죄책감에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진혁 씨는 그저 맛있는 물고기에 불과합니다.

지금 깨어나지 못한다면 하느님 앞에 가서 자신은 셋째를 가장 사랑했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입니다. 깨어나야 합니다.

사랑은 양식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들을 양식으로 삼았습니다.

자신이 배가 고팠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배가 고픈데 어떻게 양식을 나누어줄 수 있을까요?

사랑하십시오.

그러나 그전에 먹고 기도해야 합니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2010)는 유명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회고록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엘리자베스는 8년 차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남은 것이 없다는 공허감에 빠집니다.

이혼을 결심하고 자신의 대본으로 연극을 하는 주인공과 새로운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그것도 금방 시들어버립니다.

사랑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항상 메마르게 끝나는 것 때문에 길을 잃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하느님께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해답은 오지 않습니다.

그녀는 1년 동안 이탈리아와 인도, 그리고 발리를 여행하기로 합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좋은 친구들을 만나 실컷 맛있는 것을 먹습니다.

너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녀는 결혼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먹는 것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음을 발견합니다.  

 

인도에서는 기도를 배웁니다.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집착하는 자기 자신 때문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합니다.

자기 자신까지도.  

 

마지막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새로운 사랑을 만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신이 했던 사랑은 텅텅 비어가는 자신을 메마르게 만드는 사랑이었습니다.

두려워서 망설입니다.

그러나 먹는 즐거움을 찾고 내면의 악마를 이기는 기도를 할 줄 안다면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사랑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내가 먹어야 할 양식을 내어주는 일입니다.

내어주면서 메말라진다면 그 사랑에는 언제나 한계가 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깨어있으십시오.

먼저 먹고 기도하십시오.

그래야 내어줄 수 있습니다.

기도 안에서 먼저 자신이 꽃이 되지 않으면 어떤 풀도 꽃으로 불러줄 수 없습니다.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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