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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8월 22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8-22 조회수 : 767

마태오 19,23-30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는 유일한 방법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라고 하십니다.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고 당신을
따르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어서 우울해진 부자를 보며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여기에서 예수님은 사람을 그 ‘크기’로 보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자는 낙타의 크기이고 하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바늘귀보다 작아야 합니다.  
 
사람마다 정말 크기가 다양합니다.
본래 우리의 크기는 태어날 때 우리의 본모습입니다.
우리는 숨만 쉬고 있어도 행복한, 그러나 낳아주지 않고 만들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이것이 우리 본래 크기입니다. 
 
예수님께서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하늘 나라를 볼 수 없다고 하셨는데, 그 뜻은 이렇게 작아져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작아짐이 겸손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성장하면서 세상의 영향으로 자기의 몸집도 키웁니다. 누군가의 자녀로, 누군가의 형제로, 누군가의 친구로, 무엇을 가진 사람으로, 어떤 스팩을 지닌 사람으로, 예쁜 사람으로 자신을 덮어씌워 갑니다.
이 껍데기들이 마치 양파처럼 자기 몸집을 키웁니다.
그것들이 마치 나의 살과 피가 되어 그것을 떼어내면 살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껍데기가 벗겨질까봐 두려워서 쉽게 화를 냅니다.  
 
창세기 6장에 나필족이라는 거인이 나오는데 그 거인은 하늘의 사람, 곧 바늘귀보다 작아서 하늘을 날 수 있는 크기였다가 땅의 여인들과, 곧 재물이나 애정, 명예 등과 혼인하여 자신의 몸집을 키운 존재를 의미합니다.
나필족은 노아의 배에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려면 이 세상에 태어날 때처럼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바늘귀보다 작은 존재가
돼야 합니다.
막시밀리아노 콜베 신부님은 탈출을 시도하다가 잡힌 사람 때문에 열 명이 처형을 당해야 하는데 죽기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가차 없이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었습니다.
어차피 세상에서 잃을 게 없는 존재로 자신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 몸집을 줄일 수 있을까요? 예수님은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어떻게 껍데기를 벗고 바늘귀보다 작게 되도록 하신다는 것일까요?  
 
그리스에 알렉산더대왕이, 몽골에 징기스칸이 있다면 인도엔 아소카 대왕이 있습니다.
아소카 대왕은 정복 군주이면서도 알렉산더나 칭기즈칸과는 다른 덕목이 있었습니다.
가장 잔혹한 살육자에서 평화주의자로 극적인 전환을 이뤘기 때문입니다.  
 
아소카 대왕은 인도를 침략한 알렉산더의 군대를 몰아내고 인도 최초의 통일왕국을 연 마우리아왕조 창건자 찬드라굽타의 손자입니다.
찬드라굽타의 아들 빈두사라왕은 중앙인도와 데칸고원까지 넓힌 영토를 분할통치하기 위해 무려 16명의 부인을 맞아들여 101명의 왕자를 두었습니다.
아소카 대왕은 친동생 한 명만 빼고 이복형제 99명을 죽이고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렇게 즉위한 8년 뒤 치른 칼링가 전투는 피의 전쟁이었습니다.
칼링가국은 코끼리부대까지 갖춰 찬드라굽타마저도 정복하지 못한 강소국이었는데 마우리아국이 벵골만으로 진출해 동남아와 스리랑카까지 교역로를 넓히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칼링가 전투에서 이기기는 했지만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본 아소카대왕은 다야강에 칼을 버리고, ‘이제 (전쟁의) 북소리의 정복자가 아닌 담마(진리)의 정복자가 되자’라고 다짐했습니다.
자신의 정복으로 인한 파괴와 인명 손실에 겁을 먹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도 합니다. 
“왕궁 베란다에서 어느 날 길거리를 내려다보던 아소카 대왕은 어린 사문(승려)이 위풍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데려오라고 합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는 왕위 계승 1순위였다가 독살당한 이복형 수시마의 아들 니그로다였습니다.
그로부터 짧은 ‘법구경’을 듣고 아소카 대왕의 마음이 움직였다고 하나, 이복형에 대한 미안함으로 니그로다의 종교를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아소카 대왕이 없었다면 불교는 세계적인 종교가 되지 못한 채 인도에서 소멸했을지 모릅니다.
아소카대왕이 담마 사절단 혹은 전법사를 스리랑카는 물론 지중해 연안인 이집트, 그리스, 시리아까지도 파견했기에 한·중·일 삼국은 물론 동남아 전체에 불교가 전통 종교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제국 전역의 바위와 기둥에 새긴 일련의 칙령으로 ‘다르마’를 공포했습니다.
이 칙령은 비폭력, 모든 생명체에 대한 존중, 다양한 종교적 관행에 대한 관용, 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병원 설립을 설교했습니다.  
 
아소카 대왕이 인도의 가장 강력한 폭군에서 인도의 가장 덕망 있는 왕이 된 데는 바로 그 자신이 찌르고 죽은 이들을 자기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아니었다면 그를 작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이 작아지는 방법은 나의 욕심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는 양심이 있어서 그 모습을 바라보면 내가 작아집니다.
어머니의 죽음이 나의 잘못 때문이었음을 안다면 어떨까요? 작아집니다.
껍데기를 벗어버리게 됩니다.  
 
아이가 작아질 수 있는 이유는 부모가 자신 때문에 받은 상처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어느 소매치기가 자신의 범죄 때문에 어머니가 수술하지 못해 죽었다면 그가 이젠 소매치기로 커지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겸손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우리 죄로 인해 당하신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 십자가를 바라봅시다.
그러면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십자가가 유일한 구원의 힘이 되는 이유는 그분이 바로 나 때문에 피를 흘리셨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그래, 너 나에게 많이 주었니? 난 네게 다 주었다!”라는 말씀으로 작아짐을 느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그분이 나의 죄 때문에 흘린 피를 묵상하면 됩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주님 수난 7기도’를 바치기를 강력히 권고합니다. 
 
내가 작아져 결국엔 연옥도 거치지 않고 바늘귀보다 작은 문으로 천국으로 바로 들어가게 만드는 기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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