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봅니다.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자기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하는데, 자기 생각이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려는 심리를 말합니다. 이런 심리를 유튜브 같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서 이용합니다. 그래서 본인이 시청했던 콘텐츠와 유사한 내용의 영상을 자동으로 추천 콘텐츠로 뜨게 합니다. 이렇게 보다 보면 다른 사람 모두 아니 세상 사람 모두가 자기 생각과 신념에 일치하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이렇게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한다면, 보기 싫은 것은 당연히 보기 싫어집니다. 이 역시 확증 편향 심리에 따라, 보기 싫은 것을 봐도 쉽게 잊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인간은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선택적으로 망각합니다. 따라서 이런 불완전한 인간의 말과 행동을 무조건 맞다고 할 수 있을까요? 기억이 계속해서 왜곡되고 조작되고 있는데 말이지요.
저 역시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친한 초등학교 친구가 어렸을 때 우리 집에서 놀았던 일을 이야기해줍니다. 문제는 그 사실을 제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친구의 설명이 너무 자세합니다. 맞습니다. 실제로 있었겠지만, 제가 단지 기억하지 못할 뿐이었습니다.
왜곡되고 조작될 수 있는 기억을 상대에게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겸손의 삶이고 지혜롭게 사는 비결입니다. 그래야 모든 사람과 함께할 수 있으며, 그들과 함께하는 주님과도 일치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방인 지방으로 가십니다. 그곳에서 가나안 부인이 예수님께 자기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다면서 도움을 청합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이 여인이 외치는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예수님께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 우리 뒤에서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이에 예수님도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라고 하면서 가나안 부인의 청을 거절하는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계속된 청에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라는 모욕적인 말씀까지 하시지요.
이런 모욕에 화를 내고 집으로 돌아갔을까요? 아니었습니다.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겸손과 지혜를 보여줍니다. 상대방의 모욕으로 틀렸다면서 거부하고 포기하며 화를 내는 것이 아닌, 인정과 지지를 통해 굳은 믿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이 믿음에 주님께서는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보고 싶은 것 이상의 것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뜻대로 대답하지 않았다고 해서 포기하고 화내는 것이 아닌, 굳은 믿음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지금 우리 모두에게 이를 원하십니다. 그래야 주님과 진정으로 함께하며 주님 안에서 커다란 사랑과 은총을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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