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2,24-26
죽어야만 삽니다!
여름 캠프 성수기를 맞아 저희 피정 센터도 대목입니다.
한 본당 초중고 학생들이 신나게 젊음을 발산하고 떠나자 마다,
또 다른 사회복지시설 청소년들이 들어와 행복하게 지내는 얼굴을 보니 제 마음이 다 흐뭇해집니다.
아이들을 위해 불볕더위에 장작불을 피우고, 엄청난 양의 삼겹살을 굽고 또 구웠습니다.
소나무 장작의 상상을 초월하는 화력에 온몸이 땀으로 다 젖었지만, 맛있다 하면서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더위가 더위가 아니었습니다.
고통이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요 행복이었습니다.
연세가 만만치 않은데도 아직도 매일 같이 이런저런 일이 산더미처럼 있다는 것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내가 누군데, 하고, 어깨에 딱 힘주고 살아간다면, 청소며 빨래며, 불피우는 일이며, 고기 굽는 일이 엄청난 고통이요, 자존심 상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나를 낮추고, 나를 죽이고, 그 자리에 주님께서 부활하시고 되살아나시니, 내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작은 힘듦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지침을 한 가지 과제로 주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요한 복음 12장 24~26절)
진정으로 살고 싶다면, 죽으라고 하십니다.
영원히 살고 싶다면, 덧없이 짧은 이 세상은 포기하라고 요구하십니다.
정녕 중요하고 큰 것을 얻으려면, 스쳐 나가는 작은 것은 아쉽지만 떠나보내라고 당부하십니다.
‘죽어야만 산다’는 이 역설(逆說)의 진리 앞에 오늘도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하지만, 구체적인 현실 앞에 서게 되면, 심한 갈등과 방황을 거듭하게 됩니다.
스승님께서는 당신의 온 생애, 삶과 죽음을 통해서 그 역설의 진리를 명백하게 보여주셨습니다.
관건은 오늘 우리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이웃을 향한 적개심과 분노, 복수심과 미워하는 마음에서 죽어야겠습니다.
틈만 나면 얼굴을 내미는 교만함과 우월감으로부터 죽어야겠습니다.
주님이나 공동체가 아니라 나를 돋보이게 하고 빛나게 하려는 교만함에서 죽어야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매일 겪게 되는 우울감이나 무기력함, 게으름과 나태함에서 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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