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오 14,1-12
쇠락과 소멸, 그리 나쁜 것이 아니랍니다!
예수님의 등장과 더불어 초스피드하게 쇠락하고 소멸되는 세례자 요한의 생애와 운명이 참으로 기구하면서도 흥미진진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생애를 요약해보니 이렇습니다.
‘주님은 점점 커지셔야만 하고 나는 점점 작아져야만 한다.
나는 쓸쓸하게 저무는 석양이요, 그분은 황홀하게 떠오르는 태양이시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조차 묶어드릴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구약 시대 마지막 대 예언자 세례자 요한의 겸손한 신원의식으로 인해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잘 수행하실 수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구세사의 전면에 등장하시기 전까지만 해도 세례자 요한의 위용은 엄청났습니다.
그의 날 선 설교와 거침없는 행보는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으면, 추종자, 제자들이 줄을 이었고, 세례자 요한 당(黨이)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서 등장하시고, 떠날 순간이 왔음을 직감하자마자, 평생 준비해왔던
마지막 사명을 시작합니다.
그간 공들여 교육시킨 자신의 제자들을 예수님께로 물려드립니다.
손톱만큼의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잘 준비해놓은 무대를 예수님께 넘겨드리고, 조용히 무대 밑으로 내려옵니다.
틈만 나면 내가 누군 줄 알아?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외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입만 열면 자화자찬이요, 별것도 없으면서 어깨에 잔뜩 힘주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여야 하는데, 지나치면 그것보다 더 꼴불견은 다시 또 없습니다.
자꾸만 한 살 한 살 더 나이를 먹어가면서, 세례자 요한이야말로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롤 모델이요 이정표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쇠락과 소멸을 자신의 소명으로 삼는 그런 모습, 노인들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소명입니다.
잘 아시는 바처럼 나이를 점점 더 먹어가면서, 더 이상 젊은 시절의 가슴설렘이나 파릇파릇함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인간적 시선으로만 바라보면 참으로 견디기 힘든 순간입니다.
그러나 영적인 눈을 활짝 떴던 세례자 요한의 눈으로 바라보면, 오시는 주님을 위한 나의 쇠락과 소멸은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 우리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노화와 병고, 죽음조차도 결딜만한 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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