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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8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7-28 조회수 : 417

마태오 13,18-23 
 
말씀 따로 삶 따로! 
 
 
때로 동료들의 입을 통해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이 얼마나 은혜로운지 모릅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깊은 묵상과 숙고의 과정을 거친 형제들의 강론 말씀은 신비체험도
가능하게 만듭니다. 
 
마치 말씀이 살아있는 존재처럼 뚜벅뚜벅 걸어서 내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 말씀은 세파에 지친 나를 따뜻하게 위로하고 격려합니다.
반대로 그 말씀은 흐리멍텅하게 앉아있는 제 뒤통수를 철퇴처럼 후려치기도 합니다. 
 
놀랍게도 그 말씀은 시들시들 죽어가는 제게 생명수처럼 다가옵니다.
때로 쌍날칼보다도 더 날카롭게 저를 자극하고 저를 돌아보게 만들고, 움직이게 합니다. 
 
그러나 이토록 은혜로운 말씀 앞에 우리가 보이는 태도나 반응은 영 시원찮을 때가 많습니다.
어떤 형제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그 소중한 말씀이 선포되는 순간, 있는 힘을 다해 눈을 꼭 감고, 인상을 빡빡 쓰고, 마치 지옥 벌이라도 받고 있는 표정입니다.
어떤 분은 말씀 선포만 시작되면 가늘게 코까지 골면서 주무십니다. 
 
주님 말씀을 대하는 오늘 우리의 태도를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가 마음의 문을 조금도 열지 않고 빗장을 딱 걸어놓고 있다면, 그 아무리 은혜로운 말씀이 선포된다 할지라도 공허하게 울리는 꽹가리와 같습니다. 
 
우리 마음이 메마르고 척박한 돌밭 같다면, 아무리 좋은 명강론이라 할지라도 말씀이 우리 내면 안으로 스며들 틈이 없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주님 말씀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하루 거의 모든 시간을 성경과 말씀 안에서 살아갑니다.
휴대전화기는 거의 명강사들의 영성 강의 시청을 위한 도구로 사용됩니다.
감동을 받고 박수를 치고, 울고 웃으며 강의를 듣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강의 따로 삶 따로입니다.
말씀 따로 생활 따로입니다.
매일 매 순간 좋은 말씀 속에 살아가지만, 구체적인 삶과는 유리되어 있습니다.
말씀을 깊이 새겨듣지만, 세상과 시대의 아픔에는 전혀 무관심합니다. 
 
동료 인간의 고뇌와 슬픔에 눈 하나 까딱하지 않습니다.
가까운 이웃들과의 관계 안에서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나 헌신은 조금도 없습니다.
말씀이 돌밭이나 가시덤불이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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