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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20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7-20 조회수 : 324

시원한 물 한 잔 하고 가세요! 
 
 
나이를 조금씩 먹어가면서 자주 드는 생각 하나가 있습니다.
인간 존재 하나하나가 마치 어여쁜 꽃 한 송이 같다는 생각입니다.
각자의 인생이 한 송이 꽃처럼 예쁘고 아름답기도 하지만, 열흘 붉은 꽃 없다고, 활짝 피어오르는가 하면, 순식간에 시들고 말라버리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니 우리네 인생, 긴 것 같지만 찰나같이 짧습니다.
솜털 같은 유소년기, 어여쁜 청소년기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장년기로 넘어갑니다.
눈 깜짝할 사이 어느새 희끗희끗한 노년기에 접어듭니다. 
 
이 한 세상 살아가다 보면 순풍에 돛단 듯이 인생이 술술 풀려나갈 때도 있습니다.
만개한 한 송이 꽃처럼 절정에 도달할 때도 있습니다.
만사형통하고 승승장구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순간은 잠시입니다.
어느새 나이가 들어 이런저런 다양한 병고 앞에 노출되고, 결코 원치 않는 심연의 바닥체험도 하게 됩니다.
깊은 상처에 홀로 돌아서서 눈물짓곤 합니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안쓰럽고, 가련하고, 측은한 존재가 우리 인간인 것입니다. 
 
이런 우리를 향해 오늘 주님께서는 참으로 큰 위로와 격려의 한 말씀을 건네고 계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마태오 복음 11장 28~29절) 
 
고생 많이 하기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특별한 사람들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고생들을 가만히 분석해보니 하지 않아도 될 고생들, 결국 ‘사서 고생’이 참 많습니다.
그리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본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그 지옥 같은 ‘쌩고생’의 굴레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는 것입니다.
다들 너나 할 것 없이 죽을 고생들입니다.
어디 가서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찾기 힘듭니다. 
 
그래서 이 시대 우리 교회에 주어지는 역할이 큰 것 같습니다.
우리 교회는 죽을 고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주어야겠습니다.
그들이 지금 겪고 있는 말 못할 고초에 마음 깊이 공감하며 맞장구쳐줘야겠습니다. 
 
그들이 소리 없이 흘리고 있는 서러운 눈물을 조용히 닦아줘야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도 우리 교회의 문을 활짝 열어야겠습니다.
우리 교회의 문턱을 완전히 낮춰야겠습니다. 
 
공생활 기간 동안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다양한 모습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은 세상을 향해 활짝 두 팔 벌리신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의 눈에는 모든 인간이 다 존귀했습니다.
예수님 입장에서는 생명 붙어있는 모든 인간이 다 하느님의 모상이자 거룩한 창조물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예수님 앞에는 그 어떤 차별도 없었습니다. 
 
혹독한 더위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물 한 잔 하고 가세요, 요기라도 하고 가세요, 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포근하게 그들을 감싸 안고 격려의 말이라도 한마디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의 보물이자 영혼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변장하고 우리를 찾아오시는 또 다른 예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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