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오늘 복음은 씨뿌리는 농부의 비유 말씀입니다. 오늘 우리가 주의 깊게 보고자 하시는 말씀은
이 비유를 말씀하신 후 군중들에게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라고 하신 이유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는 “너희의 눈은 볼 수 있으니 행복하고, 너희의 귀는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말씀하시는 ‘귀’가 당신의 비유 말씀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성경 말씀은 모두 하나의 ‘비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마태 13,34 참조).
예수님은 “내가 저 사람들에게 비유로 말하는 이유는 저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십니다.
이해하기 쉬워지라고 그렇게 하시는 것입니다(마태 13,13 참조).
예를 들어 꿀이 없는 세상에 꿀을 맛본 사람이 있다면 그 꿀맛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어…. 꿀은…. 마치 꽃처럼 향기롭고, 태양처럼 따사롭고, 사탕처럼 달곰하며, 엄마 품처럼 포근한 맛이 납니다.”
비유는 이렇듯 이미 다른 차원의 것을 경험한 사람이 자신의 체험까지 오게 만들기 위한 수단입니다.
마치 원시인처럼 살아가는 어떤 섬에 그들이 문명의 세계로 나아올 수 있도록 놓아주는 다리와 같습니다.
이것이 말씀이고 비유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들을 귀가 필요합니다.
자신들의 세상보다 그 다리를 건너는 것이 더 유익함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그 다리를 건너게 됩니다.
그렇다면 다리를 건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말씀을 해석하려 들지 말고 순종하는 것입니다.
한 아버지가 임종을 앞두고 가진 재산을 다 팔아 아무 쓸모 없는 황무지와 같은 땅을 샀습니다.
그리고 게으른 두 아들에게 엄청난 크기의 땅을 반씩 나누어 주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받은 땅속엔 내가 공평하게 나누어 묻어 둔 나의 모든 유산이 있단다.
그것을 찾아내어 행복하게 살아라.”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두 아들은 보물을 찾기 위해 각자의 땅을 열심히 팠습니다.
하지만 보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첫째는 고된 노동 끝에 아버지에게 속았다며 분노를 터뜨렸습니다.
그는 땅을 헐값에 팔아 방탕하게 소진하였습니다. 결국 병에 걸려 외롭게 죽어갔습니다.
둘째는 달랐습니다.
역시 보물을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땅을 파다가 밭의 돌을 다 걷어 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다 씨앗을 뿌리니 엄청난 수확을 거둬들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비록 황무지이지만 비옥한 땅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둘째는 돈도 많이 벌었고 행복한 가정도 꾸렸습니다.
왜 아버지의 말에 대한 두 아들의 생각이 달랐을까요?
첫째는 비유 말씀을 해석하려 들었고 둘째는 비유 말씀에 순종하였습니다.
어떤 말씀을 해석하거나 분석하려는 시도는 내가 그 말씀을 한 분 위에 선다는 뜻입니다.
더 똑똑한 사람이 덜 똑똑한 사람의 말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들을 귀가 있고 없고의 차이입니다.
말씀을 분석하고 해석하려는 이들은 자아를 긍정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아는 뱀입니다.
뱀을 긍정하는 사람들은 뱀이 요구하는 ‘가져라’, ‘먹어라’, ‘높아져라’라는 명령이 행복이라 믿습니다.
그래서 그것과 반대되는 하느님의 요구는 들리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마치 무덤에 묻힌 라자로에게 “이리 나와라!”(요한 11,43)라고 말씀하시는 것과 같이
문밖에서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길과 같은 사람은 자아를 긍정하기 때문에 그 말씀을 아예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돌밭과 같은 사람은 들었다가도 금방 잊어버립니다.
가시밭과 같은 사람은 돈 걱정 때문에 결국엔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됩니다.
어린이와 같은 사람만이 부모님 말씀에 순종할 줄 압니다.
그 말씀만이 자신을 어른으로 성장시켜 줄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믿기 때문에 부모의 말을 분석하기보다는 순종합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주님 말씀에 순종할 준비가 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십일조 봉헌’이 신앙인으로서 들을 귀가 있다는 첫 번째 증거가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에덴동산에서부터 명령하신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십일조를 봉헌하면 가시밭과 같이 될 일은 없습니다.
유다 이스카리옷은 주님의 가시밭이었기 때문에 멸망하였습니다.
나무토막에 계속 불을 지피면 그 안에 있든 물이 빠져나옵니다.
마찬가지로 자신 내면의 안 좋은 욕구들을 솎아내기를 원치 않으면 아무리 성령의 불이 내리더라도
그 사람 안에서는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말씀에 무조건 순종하려는 마음을 갖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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