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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15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7-15 조회수 : 464

짙은 어둠 속에서 말씀하시는 주님 
 
 
김창옥 강사가 오랜 강의로 지쳐 우울증이 걸려있을 때였습니다.
소통과 치유 등을 주제로 강의했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병들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돈도 명예도 인기도 부질없이 느껴졌습니다.
길을 찾고 싶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노(老) 수사신부님을 만나게 됩니다. 
그 신부님은 침묵을 배우라고 했습니다.
침묵을 어디서 배우냐고 묻자 수도원에 들어가라고 했습니다.
프랑스 마콩이라는 수도원에 들어가 잠시 피정을 하라는 권고였습니다. 
 
하도 절박했기에 그는 생전 처음으로 2주의 휴가를 내서 프랑스 시골에 있는 수도원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서는 어차피 말이 안 통하니 침묵을 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짧지만 진실 되게 자신과 대화해 보라고 했지만 자신에게 말을 걸기가 두려웠습니다.
며칠이 지나 그 날도 과수원에 앉아 있는데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이렇게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 너 여기까지 잘 왔다!” 별 말이 아니었지만 그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는 그 위로를 그렇게 갈망하고 있었는데 아무도 그에게 그런 말을 해 준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강사가 자신이 믿지도 않는 종교가 운영하는 외국 피정 집에 귀중한 2주간의 휴가를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절실하면 얻게 됩니다. 
 
대부분 길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길을 찾을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방황을 끝내고 싶다고 말하다가도 길을 제시해주면 시큰둥합니다.
방황을 끝내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혹은 자기 방식으로 끝내고 싶은 것입니다. 
 
누군가와의 만남을 끊임없이 갈망하고 있지만 또한 끊임없이 그 만남을 두려워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누군가와의 만남은 내 자신과의 헤어짐을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하느님이 있다는 증거를 대 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대통령의 옷까지 벗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먼저 대통령의 옷을 벗지 못하면 하느님은 만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대통령의 옷을 벗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먼저 나를 벗어야 그분을 입을 수 있습니다.
먼저 내가 생각을 멈춰야 그분이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다. 
 
성경이나 영성가들의 말에 의하면 하느님과의 만남은 늘 어두운 곳에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그분은 빛이시기 때문에 어둠에서만 구별될 수 있습니다. 내 자신이 어둠임을 인정할 때 그 빛이 보입니다.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습니다. 
그 말씀은 어둠을 비추는 빛이었습니다.
하느님은 항상 어둠속에서만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어둠이 되지 않는 이상 우리 안에서 그분의 목소리를 찾아낼 수 없습니다. 
 
김창옥 강사는 자신을 어둠 속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에 그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전히 자신 스스로 빛을 찾아내겠다고 돌아다녔다면 자신의 우울증을 끊어버렸던 저 목소리는 듣지 못했을 것입니다. 
 
힘들고 어렵고 방황할 때,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싶을 때, 나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어야 합니다.
어둠이란 십자가의 죽음을 말합니다. 
 
이것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순하게 홀로 멈추어서면 됩니다.
광야에서 기도하시던 예수님을 생각하면 됩니다. 
이것이 어둠입니다. 
 
세상 것에서 빛을 찾지 않는 것이고 내 스스로도 빛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앉아서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왜 우리는 주님을 만나지 못할까요? 계속 빛을 찾아 돌아다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모세에게 짙고 어두운 구름 속에서 십계명을 내려주셨습니다(신명 5,22참조).
하느님께서 성막의 지성소에서 모세를 만나 이야기 하실 때도 지성소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짙은 어둠의 공간이었습니다. 
 
각자의 지성소가 있고 그 어둠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고 기다리기만 하면 그분이 말씀하십니다. 
이를 십자가의 성 요한은 ‘어둔 밤’이라고 합니다.
내가 어두워지지 않으면 그분은 빛으로 오실 수 없습니다. 
 
배부를 때보다 배가 고플 때 그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골똘히 생각할 때보다 생각의 끈을 놓았을 때 말씀하십니다.
영적으로 기쁠 때보다 어둠으로 짓눌릴 때 그분을 보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내가 너희에게 어두운 데에서 말하는 것을 너희는 밝은 데에서 말하여라.”고 하십니다.
분명 그분은 어두운 곳에서 말씀을 하시고
그 말씀이 우리 안에 들어오시면 우리는 밝아집니다. 
 
말씀으로 등불을 삼고 싶다면 어둠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은 어둠속에 머물 줄 아는 사람이고 그 사람을 주님은 예언자로 만드십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끊으면 어둠으로 들어갑니다. 어둠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분과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어둠 속에 있어야 말씀과 함께 머무는 것입니다.
말씀과 함께 머무는 사람은 세상의 빛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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