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꾼은 ‘기(氣)’를 살려주는 이들
‘오리지널스’의 저자 애덤 그랜트가 인터넷 안경 사업 공룡이 되어버린 ‘와비파커’ 설립자들에게
투자를 하지 않은 이유는 당시 자신에게 돈을 빌리러 왔던 이들이 학생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사업에 실패하면 취직할 곳들을 이미 마련해놓은 상태였습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오프라 윈프리까지 모두 대학을 중퇴하고 자신의 일에 뛰어든 것에 비해 열정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와비파커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인 닐은 애덤 그랜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대안을 마련해놓았어요. 잘 안될 경우를 대비해서 졸업 후에 일할 직장을 구해놓았어요.
제프도요. 데이브도 대안으로 여름 동안 인턴십 두 개를 확보해놓았고, 전에 다니던 직장으로 돌아가는 얘기도 진행되고 있어요.”
실패할 것을 예상해서 뒷일까지도 다 준비해 놓은 이들에게 누구도 투자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애덤 그랜트도 열정이 없는 이들에게 투자하지 않았고, 이것이 평생의 가장 큰 후회스러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들은 엄청난 재벌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애덤 그랜트는 이때 깡과 열정이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덤비는 이들에게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기(氣)’입니다.
“창업할 때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게 나을까, 아니면 그만두는 게 나을까?”
경영 연구자 조지프 라피와 지에 펭은 5,000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었던 위험 회피적 사람들, 그러니까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직장을 바로 그만두고 창업한 이들보다 실패할 확률이 33%나 낮게 나왔습니다.
와비파커 창립자들과 더불어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가장 혁신적인 기업 목록에 오른 기업들을 운영하는 창업자들은 창업을 한 뒤에도 어느 정도는 계속 직장을 다녔다고 합니다.
나이키 공동 창업자인 필 나이트는 신발을 팔기 시작한 이후에도 5년 동안 회계사 일을 계속하였습니다.
첫 번째 애플 컴퓨터를 발명한 스티브 위즈니악은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창업한 이후에도 본래 다니던 휴렛팩커드에서 일하며 1년간 겹벌이(투잡)를 하였습니다.
구글 창업자들은 사업이 성공하고 있는데도 자신들의 학업에 방해가 될까봐 헐값에 구글을 팔려고까지 하였습니다.
사실 빌 게이츠도 하버드를 중퇴하고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지만 실제로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자신의 프로그램을 팔았고 그 사업으로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을 때 휴학을 한 것이었습니다.
“기가 살았네!”라고 말할 때, 이 ‘기’는 열정을 내가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입니다.
이 기가 살아있어야 무엇을 해도 성공할 확률이 큽니다.
워런 버핏은 항상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고 10년 이상 가지고 있어도 되는 것에 투자합니다.
그래야 기가 살기 때문입니다.
백종원씨는 우리나라 소규모 식당을 창업하는 사람이 인구에 비해 너무 많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준비가 되어있지 못한 상태로 창업하기 때문에 망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창업을 하는 많은 수의 사람들은 직장을 가진 상태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을 잃거나 직장이 없어서 생계수단으로 뛰어드는 것입니다.
꼭 성공해야만 하니 사람들을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용당해줘야 하는 대상으로 보입니다.
그런 상태로 장사를 하니 사람들은 좋은 ‘기분’을 느낄 수가 없어서 그 가게에 가지 않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기’가 없이 사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실패도 많이 하게 되는 것입니다.
실패해도 괜찮아야 기가 삽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은 이미 빠져나갈 굴을 파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감옥 생활이 감옥 생활이 아니고 편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고 사람들은 그 사람이 탈출하지 못하게 잡을 정도로 그 주인공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 ‘빠져나갈 구멍’이 ‘기(氣)’인 것입니다.
기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이 없습니다.
지거나 실패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지 않습니다.
마치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고아처럼 이 일이 실패하면 인생이 끝이라고 불안해하지도 않습니다.
기가 꺾이면 불안해지고 그러면 무엇을 해도 안 됩니다.
작은 방에 아기를 혼자 놓아두면 아무리 장난감이 많아도 아기는 엄마를 찾으며 웁니다.
그러나 엄마가 들어가면 아기는 엄마는 본척만척하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바쁩니다.
엄마가 있다는 믿음 하나만으로 기가 사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태오 복음사가가 말하는 ‘수확할 밭의 일꾼들’은 바로 이 기를 살려주는 이들입니다.
보이지는 않아도 하느님께서 우리 등 뒤에서 지켜주고 계시니 걱정하지 말라는 믿음을 주는 이들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많은 병자를 고쳐주시고 마귀를 쫓아내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그러면서 이런 말씀을 하신 이유를 마태오는 이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분(예수님)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보내달라고 청하라는 일꾼들은 바로 기가 꺾인 이들에게 주님이 함께 계심을 믿게 해줄 수 있는 목자들인 것입니다.
그러니 가난해지면 안 되고, 자녀가 실패하면 안 되고, 가족이 병에 걸리면 안 되니 기도하라는 식으로 말하는 목자는 좋은 추수꾼이 아닙니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말해주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실패하고 죽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들면 기가 꺾입니다.
불안해지기 때문입니다.
참 추수꾼은 이 세상에서 다 잃어도 괜찮다는 믿음을 주는 목자여야 합니다.
하느님이 함께 계시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목자여야 합니다.
이 믿음이 신자들에게 기를 북돋아 줍니다.
기가 꺾인 신자들이 없도록 기를 살려주는 목자들이 많이 나오도록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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