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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7월 1일 _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7-01 조회수 : 291

마태오 8,5-17 
 
깊은 신앙과 지극한 겸손, 따뜻한 인간미의 소유자, 백인대장! 
 
 
이스라엘 백성이 부정 탄 인간, 접촉하거나 상종하거나 말을 섞지 말아야 할 존재로 완전 개무시하면서, 마주치면 재수 옴 붙었다며 욕하던 사람들이 있었으니 나병 환자들, 세리와 죄인들, 이방인들이었습니다. 
 
특히 선민의식이 유달리 강했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순혈주의를 고수하면서 다른 민족들과 피가 섞이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으며, 이방인들을 개보다 못한 존재로 여겼으며, 그들과 접촉하는 것은 율법을 어기는 중죄로 여겼습니다. 
 
사마리아 우물가에서 물 한잔 달라는 예수님의 청을 의아하게 여긴 사마리아 여인의 태도라든지,
딸의 치유를 청하는 이방인 여인을 향해 자녀에게 줄 빵을 개에게 줄 수 없다는 예수님의 의아한 발언 등이 그 흔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연유로 세상 착한 백인대장은 예수님께서 굳이 이방인인 자신의 집까지 오실 필요가 없겠다는 표현을 한 것입니다.
예수님을 향한 백인대장의 깍듯한 예의와 배려심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백인대장의 넘치는 인간미는 놀랄 정도입니다. 예수님께 다가온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치유,
아니면 부인이나 아들딸의 치유를 청했습니다.
그러나 백인대장을 보십시오. 자신의 소유물이었던 종의 치유를 간절히 청하고 있습니다. 
 
“주님, 제 종이 중풍으로 집에 드러누워 있는데, 몹시 괴로워하고 있습니다.”(마태오 복음 8장 6절) 
 
당시 종이나 노예는 정식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했습니다.
주인의 소유물로서 가축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젊고 건강할 때는 값도 나가고, 좋은 가격에 매매도 할 수 있었지만, 늙고 병든 노예는 그 어디에도 쓸모가 없었습니다. 
 
보통 주인들은 노예가 병들면 병들었는가보다, 죽으면 죽는가 보다 하고 그냥 방치했습니다.
그러나 백인대장을 보십시오.
자신의 아들보다 더 끔찍이 여겼습니다.
중풍으로 고생하는 종의 치유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님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백인대장의 예수님을 향한 깊은 믿음과 한없는 겸손을 보십시오.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나을 것입니다.” 
 
백인대장은 예수님의 메시아성, 전지전능하심을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굳이 현장에 가시지 않더라도 원거리에서 치유할 수 있는 원격치유능력 지니고 계심을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백인대장의 깊은 신앙과 지극한 겸손, 따뜻한 인간미에 감동받으신 예수님께서 아주 흡족해 하시며 그를 크게 칭찬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의 그 누구에게도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세례받은 지 오래되었다고, 수도 생활이나 사제생활의 연륜이 길다고 뻐길거 하나도 없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순교자 집안, 구교우 집안 출신이라고 어깨에 힘줄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참으로 묘하신 분입니다.
잔뜩 어깨에 힘준 사람들, 절대로 그냥 두지 않으십니다.
반드시 크게 뒤통수를 치시고, 그를 곤두박질치게 만드십니다.
깊은 바닥 체험을 통해 거듭나게 하십니다. 
 
반면에 한사코 낮은 곳을 찾는 겸손한 사람들, 나는 보잘것없는 사람, 나는 큰 죄인이라고 가슴 치는 사람은 가엾이 보시고, 총애하시고 위로 위로 높이 끌어 올려주십니다.
나자렛의 소녀 마리아처럼 말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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