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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4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6-24 조회수 : 537
루카 1,57-66.80 
 
“이 아이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 
 
 
오늘은 성 요한 세례자 탄생 축일입니다.
성인 중에 어쩌면 유일하게 탄생일을 축일로 지내는 분입니다. 
이분의 탄생은 그 자체부터 기적이었습니다.
천사가 일러준 대로 ‘요한’이란 이름을 짓게 하자
묶여있던 즈카르야의 혀가 풀렸기 때문입니다. 
 
이 놀라운 일에 사람들은 모두 “이 아기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라며 신기해하였습니다.
아버지는 분명 주님을 찬미하며 주님의 길을 닦는 예언자가 될 것임을 노래하였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주님을 드러내게 될 것인지는 신비에 싸여 있었습니다.  
 
우리는 자녀를 키울 때 가끔 부모의 뜻대로 자녀가 따라주지 않는다고 실망할 때가 있습니다. 
영화 ‘블랙스완’(2010)은 어머니의 기대가 딸의 인생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잘 보여줍니다.
어머니는 발레의 여왕이 될 수 있었음에도 아기를 갖게 되어 꿈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딸을 통해 자신의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니나는 어머니의 인생을 망친 딸로서 죄책감에 시달리며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고의 자리에 오릅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 자신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환상에 시달리며 결국 그 대상을 죽이게 되는데 그것이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엄마의 꿈은 이뤄주었지만, 자신은 자기를 죽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신앙이 없는 사람들 안에서 자주 일어납니다.
자녀를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자녀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마음 때문에 한 인생이 망가집니다.
인생을 빼앗는 것만큼 큰 도둑질이 있을 수 있을까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오늘 세례자 요한의 탄생은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을 줍니다.  
 
세례자 요한이 탄생했을 때 부모는 세례자 요한의 권리를 포기하였습니다.
이것이 이름을 주님 뜻대로 정해주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세례 때 경험합니다.
세례 때 세례명은 사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지어주신 것입니다.
그러니 세례받은 이는 부모의 것이 아닌 하느님의 것입니다.
부모는 그저 “이 아이가 장차 무엇이 될 것인가?”를 지켜보기만 하면 됩니다.  
 
저도 책을 몇 권 써 보았지만, 책을 쓰는 것도 아이를 키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겠습니다.
책은 나의 피를 쏟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그 책을 내가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 책이 자라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의 것이라 생각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저는 책 네 권을 교구 출판사에서 출판하였습니다.
사실 제가 쓴 내용을 출판사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출판한 책들은 또한 내가 마음대로 절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저 자신이 쓴 책을 몇 년 지나서 보고 창피한 것이 너무 많아서 다 절판시켰습니다.  
 
지금도 책을 쓰고 있습니다.
기도에 관한 책인데 벌써 다 써놓고도 몇 년째 수정만 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출판사에 투고해보고는 있지만, 출판을 해 주겠다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습니다.
저의 것이라는 생각을 어느 정도는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때마다 조금씩 수정할 뿐입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게 묻습니다. 
“도대체 어떤 책이 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것일까?” 
 
분명 지금 쓰는 책이 어느 곳에서 출판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책은 주님을 알리는데, 이전까지 내가 쓴 책들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미칠 것입니다. 
 
김승호 회장은 어렸을 때 자신이 수천 명 가운데서 마이크를 들고 연설하는 꿈을 꾸었다고 합니다.
일곱 번의 지독한 실패에도 ‘이번은 아니구나!’라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5천억이 넘는 재산을 가진 부자가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단순히 어렸을 때 그렸던 자기 모습이
실현된 것을 보고는 놀랍니다. 
우리 자녀들도 이렇게 대해야 합니다.  
 
“너는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그리스도를 전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될 거야.
어떤 식으로 될지는 나는 모르겠다. 나는 그저 너를 응원하며 지켜보겠다!” 
 
오늘 복음에서 “아기는 자라면서 정신도 굳세어졌다.
그리고 그는 이스라엘 백성 앞에 나타날 때까지
광야에서 살았다”라고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즈카르야나 엘리사벳이 상상하지 못했던 삶입니다.
그저 그들은 하느님께서 자기 아들을 어떻게 이끄시는지 지켜볼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이 아기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라는 생각은 하느님께 자녀를 봉헌한 부모가 자녀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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