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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22일_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6-22 조회수 : 547

마태오 6,7-15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느님의 자녀되어 구세주의 분부대로' 
 
 
옛날 조선시대에 어떤 임금님이 한양을 떠나 개성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병든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 나라의 백성으로 태어났으니 죽기 전 임금님 얼굴을 한 번 보는 것이 소원이지만 어렵지 않겠느냐?” 
 
효심이 많은 아들은 그날에 어머니를 업고 잘 보이는 장소를 찾아가 기다렸다가 지나가는 임금님 행차를 보여드렸습니다.
이와 같은 효자 이야기를 전해들은 임금님이 대궐로 불러서 자초지종을 듣고 “과연 효자로다!” 하고 금 냥과 쌀 한 섬을 내려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알게 된 고약한 불효자가 상금이 탐나서 원하지도 않는 어머니를 업고 나가서 똑 같이 행동하고 금냥을 받았습니다.
신하들이 조사한 불효자의 잘못을 고해바치며 상 대신 큰 벌을 주라고 고했지만 임금님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효도는 흉내만 내어도 좋은 것이니라!” 
 
하느님은 우리가 무엇이 필요한지 아십니다. 마치 위의 예화의 임금님이 백성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필요하다고 해서 다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받기에 합당해야 주지, 아기에게 칼을 줄 수 없고
어른에게 장난감을 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저는 은총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받을 준비만 되어 있으면 하느님은 언제든 은총을 내려주신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은총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은총을 받기에 합당함을 증명해 내야지 무엇을 원하는지 수없이 반복해서 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선물을 받기에 합당하도록 ‘흉내’라도 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만이 하느님아버지께 무엇이든 청해도 받을 수 있는 유일하게 합당한 분이십니다.
왜냐하면 그분만이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주님의 기도는 내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드러내는 기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기에 합당하지 않습니다.
죄 한 번도 지어보지 못한 천사들도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당신의 기도를 함께 바치자고 하시는 것은 자녀로서 흉내만 내더라도 하느님은 그 흉내만 내는 것으로도 당신 자녀로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한 남자가 군사 기지의 물자 배급소에서 물건을 사고 있었습니다.
그의 쇼핑 목록은 커피와 빵 한 덩어리가 전부였습니다. 
 
그의 뒤로 손수레에 물건을 잔뜩 실은 여자가 이어 섰습니다.
여자의 바구니에는 식료품과 옷가지 등이 넘치게 있었습니다.
그 남자의 차례가 되자 점원은 그에게 어항에서 제비를 뽑으라고 권했습니다. 
“만일 표시된 제비를 뽑으시면 사신 물건은 모두 무료입니다.” 
 
어항은 꽉 차 있어서 뽑힐 확률은 매우 낮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놀랍게도 행운의 제비를 뽑아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그는 자신이 고작 커피와 빵만을 들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습니다.
그리고는 그는 재빨리 돌아서서 산더미 같은 물건을 계산하려고 하는 여자에게 외쳤습니다. 
 
“여보, 우리 당첨됐다고! 일 센트도 안 내도 된대.” 
그녀는 어리둥절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그 순간 그가 찡긋 눈짓을 해왔습니다.
상황을 알아차린 그녀는 곁에 서서 팔짱을 끼고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한순간이었지만 그들은 행운의 제비뽑기로 결혼한 부부가 되어 나란히 섰습니다. 
주차장에서 둘은 작별인사를 하고 친구들에게 들려줄 멋진 이야기를 간직한 채 각자의 길로 갔습니다. 
 
예수님도 이렇게 자녀 됨의 영광을 우리와 함께 나누기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님의 기도를 바치기만 해도 그리스도와 함께 자녀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이고, 자녀로서 받을 수 있는 것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한 선교사가 인디언들에게 주님의 기도만 가르쳐주고 떠났는데 나중에 그들이 물 위를 걷는 믿음까지 성장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들은 다른 것은 다 잊어버렸어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만 반복했더니 물 위를 걸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자녀임을 온전히 믿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말 귀한 것이 하나 있다면 말썽부리는 자녀에게 주고 싶으시겠습니까,
아니면 잘 모르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주고 싶으시겠습니까? 
 
말썽을 부려도 자녀는 자녀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심으로써 빈말만 되풀이하는 이방인들의 기도보다 훨씬 강력한 은총을 얻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세상 어떤 종교에서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게 하였습니까?
설령 우리가 기도로 아무 것도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주님의 기도는 우리에게 엄청난 은총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하느님의 자녀 되어 구세주의 분부대로’ 삼가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있는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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