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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6월 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06-09 조회수 : 561

마르코 12,35-37 
 
선생은 학생에게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는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제들, 바리사이, 사두가이, 율법학자들과의 논쟁에서 승리한 다음, 내친김에 이스라엘 전체의 믿음을 흔들어놓습니다.
바로 메시아가 다윗의 자손일 수 없다는 논리로 말입니다. 예수님은 다윗의 후손이 맞습니다.
그리고 성전에 입성하실 때 사람들이 다윗의 후손께 호산나를 외쳐도 그대로 받아주십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육체적으로는 구약의 예언대로 다윗의 후손일지라도 내적으로는 하느님의 아드님이란 것을 드러내시는 것입니다.
이 말은 “너희들에게 가스라이팅 당하지 않을 거야!”란 뜻이 들어있습니다.  
 
사람들이 사람을 심리적으로 지배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자신들이 조종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놔야 합니다.
며칠 전에 축구선수 박주호 선수가 은퇴하였습니다.
그는 축구선수이기도 하지만 세 아이를 둔 가장입니다.
일정에 따라 한두 달 집을 비우는 일도 있어서 가족에게 계속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기자가 장녀 나은이와 남동생 건우의 반응을 물었습니다.
나은이는 아빠가 은퇴한다고 하였을 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빠는 돈을 어떻게 벌거야?” 
 
저도 아버지가 일을 가지 않으면 불안해져서 아버지에게 일 가라고 종용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아버지를 가스라이팅합니다.
만약 아버지가 아이들 아버지의 정체성만 가지고 있다면 분명 가스라이팅 당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건우는 남자답게 요즘 축구에 많이 빠져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은퇴한다고 말했을 때
“왜 축구를 그만둬?” 하며 울려고 했습니다.
이때 아버지는 “앞으로 너와 축구를 더 많이 할게”라며 건우를 달랬고, 나은이는 “앞으로는 다른 일 해볼게”라고 말했더니 안심하더랍니다.  
 
요즘 식당에 가보면 아이들이 상전인 경우가 많습니다.
옆 식탁에 어른들이 식사하고 있는데도 아이들은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고 난리를 피웁니다.
하지만 부모는 제재할 줄 모르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애걸하며 부탁합니다.
그런 식으로 교육이 될까요?
부모는 부모이기도 하면서 더 높은 수준의 누군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교육할 수 있습니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천상의 목소리를 지닌 테너이고 얼굴도 잘생겼습니다.
1958년 9월 22일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의 작은 마을 라자티코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시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선천성 녹내장을 가지고 태어났고, 12살 때 축구 사고로 조금이나마 볼 수 있던 시력도 잃습니다.  
 
그의 부모는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아이를 지우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 에디 보첼리는 주님께서 주시는 아이라며 아이를 낳기로 했습니다.
그녀의 믿음과 사랑에 따른 이러한 결정은 다양한 인터뷰에서 보첼리에 의해 인정되었습니다.
그는 “어머니의 음성은 우리를 위한 하느님의 음성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심각한 선천성 녹내장을 안고 태어났던 보첼리. 다행히 한쪽 눈에는 약간의 시력이 살아 있었습니다.
부모는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청각이 예민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음악을 시키기로 합니다.
그래서 일찍부터 피아노와 플루트, 색소폰을 배우게 했습니다.
목소리가 아름다웠던 보첼리는 ‘노래 잘하는 소년’이 되어 학교와 성당에서 인정받으며 성가대 독창자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과 축구 경기를 하던 도중 골키퍼를 맡고 있던 보첼리에게 날아온 공이 그만 눈에 맞는 바람에 그나마 남아 있던 한쪽 시력마저 완전히 잃고 말았습니다.
오래전부터 갈망하고 꿈꿔왔던 오페라 가수의 꿈이 한순간에 날아가 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눈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움직임이 있는 공연은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부모는 그의 재능을 더 키워주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12세에 시력을 잃었음에도 전혀 그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강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규칙적인 활동에 참여하도록 격려했습니다. 
 
그들은 그가 평범한 삶을 살고 꿈을 향해 일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이러한 끊임없는 격려는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테너가 되는 길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보첼리의 부모, 알레산드로와 에디는 모두 이탈리아 문화와 전통에 깊숙이 박힌 로마 가톨릭의 강한 신앙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들에게 신앙이 없었다면 시력이 보이지 않는 아들에게 심한 죄책감을 느껴 그에게 가스라이팅 당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보첼리의 부모는 반은 자녀에게 속해있고 반은 하느님께 속해있었습니다.
하느님께 속해있는 사람은 그래서 심리적으로 자녀들에게 조종당하지 않으며 당당한 교육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하반신이 없는 아이, 제니퍼 브리커를 입양한 샤론과 제랄드 브리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제니퍼에게 지나친 연민을 느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딸로 여기고 “할 수 없다”라는 말을 쓰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제니퍼는 자서전에서 “모든 것은 가능합니다:
당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믿음과 용기를 찾으십시오” 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장애를 지는 아이에게 잔인할 수도 있지만,
하느님을 믿는 부모는 하느님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자녀를 교육합니다.
자녀가 울고 원망하더라도 휘둘리지 않습니다.
연민에 빠지지 않고 빠지게 허락하지도 않습니다. 
 
훌륭한 교육자는 반은 학생에게 반은 자신의 스승에게 속해있어야 합니다.
예수님도 당연히 다윗의 후손이기는 하지만 또한 하느님께도 속해있음을 잊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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